전남 광양이 고향이며 광양에서 광양중학교를 다녔고 제23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남경찰청장, 경찰대학장을 역임하고 도로교통공단이사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4월 퇴임한 정봉채 교수를 취재했다.

경제, 경찰공무원 거쳐 교수로 재직
“1979년 군 제대하고 복학 후 대학 4학년 때 행시에 합격해 총 28년을 공무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공무원생활을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 14년은 경제 공무원이었고 후반부 14년은 경찰관이었습니다. 제가 해왔던 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예산관련 일이었어요. 경제부서에서 예산실 사무관생활을 5년 했고 경찰에서 예산과장을 5년 했으니 총 10년 예산업무를 담당했지요. 그 외에도 공정거래업무와 정부 정책조정업무를 하면서 실무자 생활을 했습니다. 경찰에서는 서장을 시작으로 서울시경 간부, 전남경찰청장과 경찰대학장을 역임했습니다. 2008년 3월 명예퇴직하고 경찰청 산하기관인 도로교통이사장에 취임해 2011년 4월말 3년 임기를 마치고 현재는 전남 영암 소재 대불대학교 석좌교수로 있습니다.”
그는 지나친 명분보다 실질의 눈으로 사물과 일을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실사구시(實事求是)’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와 풍요로운 경제와 행복한 의식주 생활을 뜻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용어를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즐겨 썼다고 한다.

청백리로 살아온 행정관료
“전남경찰청장에 취임해서 제일 먼저 역점을 둔 일은 공명정대한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인사를 하고 나면 뒷말이 많습니다. 특히 인사관련 돈 문제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돈에서 자유로운 인사를 단행하고 그것이 좋은 선례가 되도록 솔선수범했습니다. 인사권은 청장뿐만 아니라 서장들도 일정 부문 분점하고 있기 때문에 관할 서장에게도 강력히 주문했습니다. 의례적인 청렴결백을 강조한 것이 아니고 아주 사실적으로 인사관련 해서 돈 받지 말라고 몇 차례 강조했습니다. 또한 인사 대상자들을 직접 불러 직장 상사뿐만 아니라 외부 유력자에게도 돈 주고 부탁하지 마라고 강조했습니다. 평소 매관매직이야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어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습니다.”
정교수 재임 당시 전남경찰청과 광주경찰청 분리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양청간에 불협화음이 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마무리했다며 예상보다 빨리 경찰대학장으로 발령이 나 자리를 옮긴 얘기도 전했다.
“같은 경찰 일인데도 불구하고 대학은 일반 경찰관서와 달리 매우 학구적인 분위기더군요. 젊은 대학생, 교수, 직원들과 돈독한 우애를 다졌습니다. 특히 외국 경찰과의 교류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중국 경찰대학 부총장이 방문했고 아프리카 국가 경찰관들이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았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때는 지방교통방송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공무원에서 갑자기 언론인까지 겸임하게 되는 이색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며 공무원 조직이었던 전국 26개 운전면허시험장을 공단 조직으로 전환하는 일이 부여됐는데 3년 만에 무사히 마친 것이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형제, 친구들 있어 고향 자주 방문
“옥룡면 옥동마을이 고향입니다. 광양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1960년대, 그땐 전형적인 농촌이었으며 전기가 들어오질 않아 문명의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광양중학교는 집에서 4km 떨어진 읍내에 있었는데 비포장 신작로라 버스나 트럭이 지나가면 먼지를 뒤집어쓰곤 했지요. 자전거로 통학하기도 했지만 주로 걸어 다녔어요. 그때 다진 건강이 지금 저를 뒷받침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직책으로 불리는 도시생활과 다르게 고향에 오면 이름을 불러주며 반기는 이들이 있어 좋다는 그는 초교와 중학교를 고향에서 다녔기 때문에 지금도 고향에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갑오회라 하여 학교와 관계없이 비슷한 시기에 광양서초등학교를 다닌 친구들 모임이 있어 고향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또 어머니와 형님, 누이들이 살고 있고 친척들이 많이 있어 자주 오는 편입니다. 고향을 찾아오면 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어 정겹고 마음이 따뜻해져 좋습니다.”
정교수는 무엇보다 광양제철이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철소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친구들이 객지로 떠나 고향을 찾아와도 쓸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기분 좋은 일은 광양경찰서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곳으로 인기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광양경찰서는 근무하기 싫은 곳으로 손안에 꼽혔거든요. 그러나 이젠 가장 근무해보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광양제철소 덕분에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어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도시로 발전했기 때문에 광양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전국의 알려진 산은 거의 다녀왔을 정도로 등산 마니아인 정교수는 1954년 옥룡에서 태어나 광양중학교,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때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했다. 그는 50대에 박사학위를 받는 열정파이기도 하다.
“더 공부하고 싶어 2003년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고 2004년 한양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2012년 2월 졸업식에서 법학박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논문제목은 ‘수사체계의 합리적인 조정방안에 관한 연구’로 작년 임기 종료 후 매진하여 어렵게 논문을 매듭지었습니다.”
1993년에 예산전산화 관련하여 국민포장을 받았고 2002년 대통령표창, 2005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정교수, 그는 경영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더는 부드럽되 원칙에 입각한 정도 경영을 해야 하고 늘 한 발 앞서 생각하면서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공과 사는 물론 일할 때와 쉴 때를 명확하게 구분하면서 솔선수범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경영자며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골프를 가끔 하지만 실력은 계백장군(골프기록이 계속해서 백타 언저리를 그렇게 부른다)이라며 호탕하게 웃는 정교수, 그는 경제와 경찰공무원 출신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부드러운 면이 많다며 친구들과 호프집에 앉아 생맥주 마시면서 담소하기를 즐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4월 총선 출마용의를 묻자 “세상사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출마를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해 첫 인터뷰에 응해준 정봉채 교수님께 희망찬 임진년 새해가 되길 바라본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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