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임 순 광양까치문학동인회장

전화가 왔습니다. 선배님은 내가 보내드린 동인지 책을 받고 반가워 단숨에 읽고는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 안부를 묻더니 그래도 “어머니가 계시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손 한 번 잡아 보고 싶어도 어머니가 안 계시니 그리움뿐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 했습니다.
올봄에 뇌졸중을 앓으신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일일이 챙겨드려야 합니다. 팔십 평생 사용하시던 오른손을 두고 왼손으로 숟가락질을 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날씨가 추워지니 다리가 남의 다리 같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그럴 줄 모르고 퇴원하자고 그렇게 졸랐는가.”하며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서둘러 퇴근을 하고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는 혼자 투덜대며 귀찮아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런 불평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필리핀에 사는 동생이 다니러 와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갔습니다. 따뜻한 나라에 서 겨울을 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친정집에 안 계시니 며칠 동안은 마음에 짐을 내려놓은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친 기분입니다. 동생이 소식을 자주 전해주고, 건강도 많이 호전되었다고 하는 데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쪽이 빈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있을 때 잘 해, 그러니까 잘 해’란 노랫말을 되뇝니다. 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간 것이 3주 남짓 되었는데 십 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내년 봄이 몇 해가 남은 것처럼 까마득히 느껴집니다.
오늘도 불편한 점 없이 잘 계신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는데도 어머니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는데 주위에 불편한 사람이 없으니 흘러들었습니다. 평소에 조금만 신경을 기울였으면 어머니 건강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텐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불편함이 없도록 어머니를 살펴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객지에서 학교를 다닐 때 어머니가 제 자취집을 다녀가신 적이 있었습니다. 먹을 것을 잔뜩 머리에 이고 오신 어머니는 한 동안 땀을 흘리며 앉아 계셨습니다. 그날 어머니가 이고 오신 짐은 동생과 내가 둘이서 들기도 버거웠습니다. 어머니는 우리를 그렇게 키우셨는데 어머니를 뵈러 다니면서 투덜대고 불평을 했으니 참 궂은 딸년인가 봅니다.
친정집에 계실 때는 언니 오빠 남동생들도 함께 살펴드렸는데, 지금은 여동생 혼자 수발을 드니 고생이 많을 것입니다. 동생한테 고생한다고 전화라도 한 통화 해 주렵니다.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귓전을 울립니다.
“불편하셔도 어머니가 계신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사람 아니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선배님의 말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밤새워 작업을 하여 동인지를 우송한 보람도 있습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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