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본지 대표이사/발행인

광양시의 도시 재정자립도가 비슷한 수준의 타 도시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그 내막을 드려다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타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을 뿐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광양시는 그 어느 때보다 예산 투입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소지역주의가 강한 광양의 도시 성격상 예산 배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로 나눠 먹기 식의 예산처리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도시계획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축제만 해도 그렇다. 자잘한 축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결국 축제다운 축제하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걸핏하면 ‘저 동네도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며 떼를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이 아닌 눈치 보기와 분산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의 예산 배분은 안 된다.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는 정작 큰일을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가리켜 흔히 소탐대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익히 잘 알고 있다시피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결국 큰 것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작은 것에 욕심을 부리다가 나라 전체를 잃게 된 촉나라 임금을 빗댄 데서 출발한다.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에 촉나라는 넓은 평야에 농사가 잘되어 곳곳에 창고가 많았고, 금은보화가 넘쳐나는 부강한 나라였다. 그러나 촉나라 국왕은 욕심이 많아 금은보화와 각종 재물을 거두어들이고 아름다운 미인들을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하였으나 만족함이 없는 어리석은 왕이었다. 그때 이웃한 진나라의 혜왕은 촉나라의 부유함을 보고 일찍부터 그 나라를 빼앗으려는 야심을 가졌다. 그러나 촉나라를 공격하기에는 국경이 너무 험난해서 쉽게 군대를 일으킬 수가 없었다. 진나라 혜왕은 촉나라 국왕의 탐욕스러운 성격을 이용하기로 하고 조각하는 사람에게 대리석으로 큰 황소를 한 마리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 소의 등에는 붉은 비단으로 덮고 붉은 꽃송이로 장식을 해서 힘센 장정들을 뽑아 촉나라로 가는 큰길로 밀고 가게 했다. 또 다른 사람을 시켜 그 대리석 소를 따라가면서 길가에 주먹 크기만큼의 황금을 곳곳에 떨어뜨리고는 이 소가 황금 똥을 누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그리고는 사신을 보내어 촉나라 국왕에게 두 나라가 서로 우호조약을 맺고 험난한 국경에 대로를 뚫는다면 그 대로를 따라 황금 똥을 누는 소를 촉나라 국왕에게 보내겠다고 하였다. 촉 왕은 정말로 황금 똥을 누는 소가 있는 줄 알고 힘센 백성들을 불러 모아서 산을 뚫고 계곡을 메워 황금 똥을 누는 소가 지나갈 수 있는 큰길을 개통시켰다. 드디어 개통식 날 황금 똥을 눈다는 소가 수많은 진나라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촉나라로 향하게 되었다. 그래서 탐욕스런 촉나라 왕은 황금 똥을 누는 소를 맞이하고자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몸소 마중 나갔다. 그러나 진나라 군사는 갑자기 숨겨두었던 무기를 꺼내들고 촉나라 신하들과 왕을 모두 포로로 잡고 대로를 따라 촉나라를 공격하여 촉나라는 결국 망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요즘처럼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할 때는 이 말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지 싶다. 특히 경제가 좋지 않은 지금 상황에 있어서는 더욱더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예산을 투자할 곳은 철저하게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포스코도 내년 예산을 1조나 줄인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유럽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가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광양시는 적재적소에 맞게 예산을 잘 운용하고 있겠지만, 내년도 예산을 집행할 때는 평소 보다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하겠다. 흔히 큰 예산은 늦게 결정할수록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물론 타당성 검토를 충분하게 했다면 모르겠지만 선심성이나 나눠먹기식이라면 추호도 안 될 일이다. 소탐대실과 비슷한 우리 속담이 있다.
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그렇다. 소를 잃은 뒤에 후회하며 외양간을 고치려하지 말고 미리미리 외양간을 고쳐둔다면 소를 잃을 걱정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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