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 준 소설가/광양고등학교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연일 파격, 파격적이라는 보도입니다. 출근 첫날 이른 아침, 택시로 노량진 시장을 방문하여 ‘시장(市長)이 시장(市場)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인들과 악수하고, 지하철 출근,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쓰레기를 수거하며, 야근하는 서울시직원의 자녀에게 전화로 ‘미안하다’ 전하는 모습, 노숙자의 장례식에서 헌화하는 장면, 온라인 취임식까지 그가 보여준 행보는 언필칭, 고위층에게서 쉬이 볼 수 없었던 양태입니다. 박 시장의 작금의 보폭을 파격이라 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그가 보여주리라 기대하는 이보다 더할 변화추동의 활동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곰곰 생각해보는데 딱 들어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글 말미쯤엔 떠오를까요? 조직문화로 오랜 동안 자리 잡은 일단의 전통이라고까지 단언할 수 있을 만큼 고착화되어 있는 현상 또는 그 문화적 실재의 존치에 대해 간단없는 반기와 더불어 단호한 거부양식의 행동을 파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 그 동안 지배적 위치에 있는 관료들로부터 모종의 파격을 헤아릴 수 없이 보았고 또한 겪어 왔습니다.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이도)이 궁녀(소이)에게 건네는 허구적 대사까지를 파격의 일면으로 포괄한다면, 파격의 범위는 지배적 관료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겐 상시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들에게서 보고 듣고 당한 파격이란, 상식과 보편의 지경을 넘어선 것이었지요. 파격은 해서, 불편과 불신 때로는 괴멸과 척살을 안기기까지 합니다.
박 시장의 경우는, 파격을 행하는 그나 그의 파격을 겪고 보고 듣는 처처의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물론, SBS의 어느 뉴스 앵커는 온라인 취임식에 대해 불편하다는 소감을 드러냈다 하니, 적지 않은 분들이 다른 소회를 느끼고 있구나,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는 즐거운 감흥으로 그의 파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 자신을 돌이켜봅니다. 저 또한 작은 조직사회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장(長)의 역을 맡고 있는지라, 함께 근무하고 있는 동료나 구성원들이 일과 관련한 불편함과 조직의 부조화적 구조모순 사이에서 부당함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 지, 되새김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그의 파격은 저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내재화 되어 있는 조직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역할 또한 장(長)이 하지 않으면 갈등의 심화로 조직이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도는 더욱 상승하리라 여기며, 저의 경우는 여기서 접고자 합니다. 박 시장에게서 또 다른 파격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더욱 흥겨우리라 하는 염원으로 파격, 하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곧 12월, 세밑에 이릅니다.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게 ‘크리스마스 선물’ 듬뿍 안고, 오래 전 정주영 현대회장이 소떼를 싣고 차를 몰고 갔던 그 길로 박 시장이 북한 어린이들을, 서울에 사는 어린이들과 함께 혹은 ‘서울시’만이라도 찾아 나선다면 어떨까요. 현재의 남북관계로 보아 이런 인도적 차원의 나눔도 당국의 허가받기가 쉽진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함에도 박 시장 말고 이 시기, 어느 누구에게 이런 시도를 바라는 건 난망할 듯도 싶습니다.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박 시장에게 딱 맞는 행보라 사료합니다. 정치인 출신 시장이라면 정치권과의 어떤 묵계적 차원으로 보고 그 의도성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겠으나 비정치인 출신인 박 시장으로선, 이 차가운 절기에 딱 맞는 제안이자 애족이며,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낼 수 있는 남북교류라 여깁니다.
남북관계가 나아지고 평화를 가로막는 장막이 걷히는 계기가 될 지, 누가 알겠습니까! 내년엔 ‘석가탄신일 선물’을 들고 똑 그 길로 북한 어린이들을 찾아 나선다면 진정성이 더욱 돋보이겠지요. 시정과 관련한 운신과 조절이 필요한 제안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여, 내년 ‘석가탄신일 선물’로 미뤄진들 어쩌겠습니까! 아, 글을 끝내면서도 대체할 수 있는 더 파격적인 표현이 그런데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흥겹게 바라보렵니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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