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순처하늘씨앗교회 목사

이제야 비로소 겨울이 시작되려나 보다. 아침저녁으로 난방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다. 그렇다 해도 예전 기온에 비해서는 아직도 많이 따뜻한 것은 사실이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목사인 내 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가난은 나라님도 어떻게 해결 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세상은 그나마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며칠 전 어느 보도 내용을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세계 인구 70억 명 중에서 15억명은 비만을, 9억2000만명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한다. 아니 지금도 세계에서 하루에 10만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하니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드리면 좋을지 참으로 난감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만에 속해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한 번 불어난 살은 좀체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닌데, 조금은 억울한 심정도 없잖아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살찐 목사를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성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솔직히 3일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기웃거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다.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라 이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종교도 교육도 아무런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을 서 왔는지 모른다. 예수는 가는 곳 마다 밥상공동체를 베풀었다. 심지어 부활할 때도 제자들과 바닷가에서 고기를 구워 잡수셨을 정도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자는 늘 굶주린 배를 채우기에 급급한 법이다. 그런 그들에게 종교를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난센스인지 모른다. 그래서 예수는 항상 먹을 것을 먼저 해결하는 데 앞장을 서곤 했던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해 요즘 일요일 마다 교회 나가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중산층에 속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어느 정도 헌금을 할 수 있는 재력이 있어야 하고 또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내 마음이 아픈 것도 그 때문이다. 아마 간디가 했던 말인가 싶은데, 세상에서 배가 너무 고파 신이 빵의 모습으로만 나타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오죽하면 예수도 자기 자신을 민중들의 제물로 내어 주었겠는가. 아니, 교회에서 하는 성찬식은 빵을 먹고 포도주를 먹음으로 인해 인간의 생명을 회복한다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요즘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은 영적인 비만과 아울러 탐욕으로 찌들대로 찌들러 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능력을 상실한지 너무 오래 됐다. 그런 너는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고 따지고 든다면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반성이라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심은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의미에서 이렇게라도 말해 보는 것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 텐데 이럴 때 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아량이 필요하지 싶다. 솔직히 목사 노릇하기가 너무 힘들다. 말만 그럴 듯하게 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희망은 잃지 않으리라. 아직 나는 누군가를 위해 가슴을 내여 줄 준비가 돼 있고 내 손의 온기는 따뜻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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