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중마노인복지관장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대다수는 성장 기간의 여섯 배까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론에 따라 20세까지가 성장기인 인간의 수명도 1백2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건강인데, 오래 살면서 이런저런 병에 시달리며 고통 받는다면 결코 즐거울 리가 없을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그리고 주변 가족들에게 짐이 될 뿐이라는 느낌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장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 장수’가 중요합니다. 1백20세 ‘건강 장수 만세’ 시대에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노인 영화 “덴데라”라는 일본판 고려장을 주제로 한 영화가 있습니다. 덴데라(아랍어)는 이집트의 도시로, 나일 강 동안에 위치한 곳으로 사랑과 아름다움, 춤, 다산을 상징하는 여신 하토르에게 봉헌된 신전을 말합니다. 아름다운 이름을 한 영화의 내용은 그 반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70살이 되면 부모를 눈 덮인 산에 버렸다는 가난한 마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산에 버려진 노파(老婆)들이 힘을 모아 덴데라라는 마을을 만들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야수의 습격에 맞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노파(老婆)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한 것은 자신을 버린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복수였습니다. 이 영화의 출연 배우들도 노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 영화를 통하여 “힘없고 늙었다고 우리를 버리지 말라”라는 절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은 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가 연간 1만5000여건이 넘고 죽어도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무연사(無緣死)가 연간 3만2000여건이 넘는 일본의 이야기는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이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고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며 나아가 자아실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원의 결핍을 사회적으로 보충해 줘야하는 것도 우리 국가가 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그러나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기성세대의 발언권으로 노인층의 대한 대책이 청년층의 대책보다 우선되는 경향이 높아 세대간의 격차가 오히려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우려할 일입니다. 즉 복지비 부담에 대한 세대간의 원만한 타협이 없다면 젊은 세대들의 절망감이 저출산 고령화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120세 장수 시대는 파산으로 가는 직행열차가 될 수도 있다는 깊은 불안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상 초유의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진정으로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각종 제도를 서둘러 정비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노인, 그리고 그 다음의 노인, 그 다음 다음의 노인의 미래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합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제도적 개선과 실천이 있다하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노인들이 120세 시대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야하는가는 저출산 고령화사회를 대비하는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늙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에서 웰에이징(Wellaging)이라는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의 고령화의 인식이 바뀌어야할 것입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혼자만 점점 젊어진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둘째로, 수명의 연장으로 늘어난 시간을 ‘덤, 뜻밖의 즐거움(Bonus)’이 아니라 책임(Onus)의 시간으로 보고 젊은 시절부터 자신만의 120세 인생설계도를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교육, 재정확보활동, 여가활용 등이 인생 전체에 걸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반영되어야하며 노화에 따른 비용 부담에 대한 준비와 고령친화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 개발과 기회의 적극적인 활용도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120세 시대에 대한 준비는 단순히 국가의 일방적인 복지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 지역사회, 경제적인 기반인 시장 경제, 국가가 함께 각각의 제 역할을 찾아 재정립하여 그 역할을 해 나아갈 수 있어야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실천이 되어나갈 수 있으며,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부여하여 누구나 상생(相生)하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생 120 세로 태어나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살아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인생 전반기에 쌓은 경험을 존중받고, 쌓은 지식은 후세 다른 사회 구성원과 나눔으로써 가치를 인정받는 인생의 후반기를 우리 모두는 꿈꾸고 있지 않으신가요?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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