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할래요”

다문화가정에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교육
“한국에 온 지 5년 됐습니다. 요즘 매일 학원에서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는 취업의 기본이 컴퓨터를 잘하는 것이란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며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남편은 ㈜광희에서 근무하는데 순수하고 정이 많아서 좋아요. 그런데 남편이 말이 없어 제가 오히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한국어를 빨리 익히게 된 것 같아요.”
한글 공부는 아이들 동화책 읽어주며 함께 배웠다는 그는 아이들 교육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이들 교육 문제입니다. 큰 아이 학습지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데 제가 제대로 이해를 못 시켜 줄 때가 있어요. 아직 어리니 문제가 크진 않지만 점점 큰 어려움이란 생각에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그는 밖에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어려움이 있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다문화가정 사람들 말고도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중마동 성호아파트에서 사는데 동네사람들과 친하고 임산부학교를 다니다 보니 제 또래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몽골에서도 성격이 밝은 탓에 친구가 제 주위엔 항상 많았어요.”
어르길마씨는 결혼하기 전 몽골에서 TV로 한국을 접한 것이 전부며 대학 2학년 때 남편을 소개 받아 학업을 중단하고 결혼을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해 잘 몰랐지만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알고 있었지요. 친구들은 이제 직장 잡고 결혼 준비하는데 저는 아이들과 잘 사니 부러워해요. 그리고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어요. 특히 남편은 모든 경제권을 저에게 맡겨요.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더 열심히 살게 되더군요.”
어르길마씨는 학교 다닐 때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며 한국에서도 다양한 공부를 해서 한국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에 와서 어려운 점은 역시 문화 차이
“다문화가정 누구나 느끼는 공통점인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가 가장 어렵습니다. 일상생활 언어는 소통이 되는데 깊이 있게 들어가면 한국어는 상당히 어려워요. 그리고 부푼 꿈을 안고 부자 나라로 결혼했는데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군요. 또 한국인들은 다문화가정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색다른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스럽습니다. 다문화가정도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편하게 받아줬으면 합니다”
순천 주암이 시댁이라는 어르길마씨,
“다른 사람들은 시댁과의 갈등이 많다는데 저는 시댁이나 형제들께 오히려 감사할 일이 많아요. 음식을 못하는 줄 알고 반찬은 어머니께서 해주면서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 주세요. 그럴 때마다 정말 결혼 잘했구나 싶습니다.”
그는 친절한 시댁식구들 덕분에 문화적인 차이도 쉽게 극복했다며 다시 결혼해도 지금의 남편과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둘째 낳은 지 18개월 됐는데 둘째 낳을 때 수발하려 온 친정 어머니가 지금 같이 살고 있어요. 어머니는 제가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이젠 마음이 놓인다고 해요. 2년 여행비자로 오셨는데 다음 달이면 몽골로 돌아갑니다.”
여동생 두 명도 순천에서 한국어 공부 중이라며 남편이 친정식구들이 와 있는데도 불편해 하지 않고 잘해주어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단다.
“2006년에 한국에 와서 고향에 한번밖에 못 갔지만 남편과 아이들하고 어우러져 사느라 외로움 같은 것은 못 느낍니다. 엄마 노릇도 일등이고 싶고 남편이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하는 지혜로운 아내가 되고 싶어요.”
그는 몽골어가 가장 자신 있는데 필요로 하는 곳이 많지 않아 아쉽다며 뭐든 일이 주어지면 완벽하게 잘해 낼 자신이 있단다. 빨리 아이들 키우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직장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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