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인 아픔을 느낄 수 있어야 참된 사람”
“자본주의바벨탑 쌓기 당장 그만둬야”

故 박용길(고 문익환 목사 아내) 장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문동환 박사가 지난 9일 순천 하늘씨앗교회(한성수 목사)를 찾아 강연회를 열었다. 문 박사는 형님 문익환 목사와 더불어 복판에 서서 행동해 온 인물로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는 76년 3·1민주구국선언문 사건으로 투옥되어 2년 가까이 복역했고, 동일방직 및 와이에이치(YH) 노조원의 투쟁을 지원하다 다시 투옥되는 등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79년 10·26으로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면서 대학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신군부에 의해 해직되고, 미국으로 망명길을 떠나는 등 숱한 부침(浮沈)을 거듭해 왔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정치적인 망명생활을 하고 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면서 정치적인 동지로 같은 길을 걷게 됐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에 정치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평민당 수석부총재, 국회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왜곡된 역사 바로 잡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문 박사는 지난 1992년 4년간의 정치 활동을 끝으로 미국에서 은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쓴 소리를 잊지 않고 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문동환 박사를 가리켜 “문동환은 가장 비정치적 사람이면서도 DJ가 가장 필요로 하고 신뢰했던 청렴한 정치인, 가장 합리적인 진보 신학자이면서 무당 같이 신비한 영통 경험을 하는 사람, 북간도 민족주의 기독교 인맥의 물줄기이면서 전체 지구의 민중을 가슴에 품은 떠돌이 민중 신학자다."라고 평했다.

이날 순천하늘씨앗교회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긴 터널을 하염없이 걷고 있는 것 같은 심정 속에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도 날로 커져갔다."며 “교회에서 설교도 해보고, 학교에서 신학 교육도 해봤지만 미주 한인 교회 대부분이 산업문화에 완전히 병들어 버린 현실에 실망했다."고 탄식했다. 이어 “산업자본주의에서 탈출해야 희망이 있다며, 교회나 정치나 기업이나 바벨탑 쌓기를 멈춰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동북아 평화를 가져오는 메신저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교회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뭔가라는 질문에 대해 “물신숭배 사상이 너무 만연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소굴로 만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하루 속히 그런 물신의 늪에서 나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 서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또 "근본적인 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랑이란 상대방의 아픔에 내가 얼마나 공감하는 가의 문제"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3시간의 강연을 마친 문 박사는 광양숯불고기 축제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모처럼 만의 여유를 즐겼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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