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본지 발행인/대표이사

광양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른다. 필자 또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리적 위치만 해도 그렇다. 광양은 순천 여수 남해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그래서 남해안 선벨트를 하나로 묶을 때도 광양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기회주의자들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기회와 기회주의자는 하늘과 땅 차이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기회주의자란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거나 말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그래서 기회주의는 거래비용경제학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한다. 즉, 기회주의는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어 거래 성사를 위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용을 ‘거래비용'이라고 부른다. 기회주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전에 가졌던 신념들조차 헌신짝처럼 버리는 행태를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기회주의자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가 오버랩 되는 것을 느낀다. ‘꺼삐딴’은 영어의 캡틴(Captain)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로, 우두머리 또는 최고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꺼삐딴 리’는 주인공 이인국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 당시 전광용은 ‘꺼삐딴 리’의 이 박사를 통해 출세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지도층의 위선을 폭로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꺼삐딴 리'인 이 박사는 외과 의사이면서 종합병원 원장인데, 일제강점기에는 친일파로, 광복 후에는 소련(러시아)인에게, 월남한 이후로는 미국인에게 접근해 자기만의 영달(榮達)을 꾀하는 카멜레온 같은 사람으로 기회주의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꺼삐딴 리'만 탓할 수는 없다. 그는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늘 기회와 기회주의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다. 기회주의자들은 항상 기득권 주변에 얼쩡거리면서 콩고물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광양시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속은 자기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한 도시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회주의자가 아닌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성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이 결여된 만남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무슨 일을 선택할 때는 먼저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진정성이란 비록 본인에게 조금 불리해도 끝까지 올바른 길(正道)을 걷는 것을 말한다. 임기응변식의 처세술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약삭빠르게 행동하지도 않는다.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이요,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이라. 말의 진짜 힘은 먼 길을 떠나 봐야 알 수 있고, 사람은 오래 사겨 봐야 그 마음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광양시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도 바로 이와 같은 사람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닌, 올바른 일을 위해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이 곧 미래 광양의 힘이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기회를 꿈꾸는 사람인가? 아니면 기회주의를 노리는 사람인가?”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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