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석 태 교육 평론가

광양시가 지난 달 말 전례 없는 상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단행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책이 ‘公’무원인 것을 망각하고 ‘空’무원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공무원은 시민을 받들어 봉사하는 사람이며 업무수행을 통해 시민에게서 사랑을 받고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당신이 받는 급여는 시민이 내는 세금인 것을 한 시라도 망각한다면 오늘의 공무원이 아니다. 광양시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광양시민들에게 봉사하면서 시민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라고.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어떨는지 모르나, 내가 여기저기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들은바와 내가 직접 겪은 바로는 단연 “아니올시다.”이다. 최근에 나는 어떤 일로 우리의 이웃 동네 여수시청에 간 일이 있다. 그곳 직원들의 놀라우리만큼 친절하고 투철한 봉사 태도에 나는 시민의 공복이란 저래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흐뭇했다. 내가 미국에서 겪은 미국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서 받은 봉사를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다시 겪어본 느낌이었다. 공복은 영어로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 곧 직역하면 공공의 종복이다. 즉 공무원은 세금을 내어서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시민의 머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선 아직 관치사상, 곧 관이 민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관이 위이고 민은 그 밑에서 기어야 한다는 생각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공무원은 종인 동시에 주인이다.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해선 주인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이며 자발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봉공정신이 있어야 한다.
근무시간만 때우고,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노예근성이어선 안 된다. 참된 공직자라면 자기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공직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나라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사명감을 가자고 청렴한 자세로 국민과 시민에 대하여 겸손한 자세로 성심껏 봉사하는 것이 참 공직자로서의 자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를 강력하게 추천하고자 한다. 이 책은 오늘 우리 공무원들에게는 필독서가 아닐까 한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사명은 ‘목민’에 있기 때문이다. 목민의 원래 뜻은 “임금이나 고을의 원이 백성을 다스리는 일”(governing the people)을 의미하는 말이다. 오늘의 민주정치 하에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공무원은 왕정시대의 임금이나 고을의 원이 백성을 다스리던 일과 대동소이한 행정을 하는 일꾼이다. 오늘 우리의 공직자들이,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는 말단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이 목민심서를 필독서로 삼아 좌우에 두고 수시로 읽어 목민자로서의 자세를 바로잡았으면 한다. 특히 이 책의 율기(律己) 제5조 절용(節用)절에 나오는 다음 대목은 꼭 가슴에 새겨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것을 절약하는 일은 보통사람도 할 수 있으나, 나라의 곳간을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 공물을 사물처럼 보아야 어진 목민관이다.” 어떤가. 이 가르침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오늘의 우리 공직사회를 볼 때,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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