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의 맛을 새롭게 다듬어 절규하는 편곡 수준은 말 그대로 예술입니다. 이런 무대를 직접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욕심까지 갖게 됩니다. 저 지난주(9월 18일)에는 윤민수의 ‘님은 먼 곳에’에 전율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우림의 ‘가시나무’ 들으며, 그만 눈물 찔끔 내보였습니다. 노래 중간 부분이었습니다. 눈물방울 또르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마음 뒤흔드는 노랫말, 혼신 다하는 가수의 감정몰입, 가을 저녁이 주는 애틋함 살며시 건드는 편곡이 버무려 낸 풍경이었을 겁니다. 아내가 힐끗 건네 보았습니다. ‘웬 감상 혹은 웬 청승’ 하는 눈빛(?)으로 말입니다. 눈물이 비어져 나오는 걸 어찌합니까? 어느 청중평가단의 눈에서 뺨을 타고 지그시 흐르는 그 영롱함을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또한 보여주더군요. 일종의 신드롬처럼 닿았습니다. ‘나가수 현상’이라 이를 만합니다. 목하, TV엔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입니다.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기적의 오디션, 키스앤크라이, 탑밴드, 코리아갓텔런트, 댄싱위드더스타 등등. 여타의 방송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1박2일까지 이 증후군에 넣는다면 그대로 평정하는 셈입니다. 주말드라마에서 목도하는 김수현신드롬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기저를 슬쩍 들여다봅니다. 새로운 어떤 주의(?ism)의 출현을 염원하는 표현이라 저는 보지 않습니다. 만연되어 있는 사회적 불만에 대한 거부, 반기의 징후라 여깁니다. 안철수 바람이 이런 증징의 적극적인 표출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심중이 그 바탕이겠지요. 그 동안 있어 왔던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보면 그런 판단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월드컵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출현에 대해 세계인들이 놀랐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에 대한 김지하 시인의 사회사상적 지적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그런 현상이 한국민의 정신적 ? 정서적 심연의 가치로 위치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08년 수입쇠고기 관련 촛불집회 역시 그 방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에 치러질 양대 선거에서 한국민의 역동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서, 그래서, 품어 봅니다.
신드롬은 일종의 대리만족입니다. 그런 현상에 ‘나’도 진입해보고자 하는 내재적 공유입니다. 끝내 어쩌지 못하고 솟아나는 눈물이 때때로 아름다운 건 심경의 동일시이자 그 공유인 까닭입니다. ‘가시나무’ 들으며 흐르는 눈물 혹은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보면서 인연의 그 절절함에 어쩌지 못하여 흘리는 눈물, 어찌 부끄러울 수 있겠습니까? 복받쳐 칩떠오르는 눈물은 하여, 삶의 견인차입니다. 괜스레 돋는 눈물이라도 어쩌겠습니까, 이 푸르른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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