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는 행복이 주렁주렁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정말 행복해요!”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액체는 노동할 때 흘리는 땀방울이라는 말이 있다. 땀은 정신과 영혼을 닦아내는 세척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땀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간다. 땀 속에 든 소금의 농도야 별 것 아니겠지만, 땀방울이 담고 있는 의미는 결코 돈으로 환산을 할 수 없는 법이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날에도 순선 씨는 일 삼매경에 푹 빠져 있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땀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선 씨 고향은 하얼빈인데 2004년 도에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異域萬里) 한국까지 와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테지만 순선 씨 얼굴에는 그런 그림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저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드물지 싶네요."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했는데, 그녀 얼굴은 정말 행복이 가득해 보였다. 애써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런 기가 전달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시집오게 됐나요?" “처음 신랑을 소개 받았는데 사람이 너무 진솔하고 착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신랑의 사람됨 하나만 믿고 무작정 따라 나서게 됐는데 성공한 셈이지요. 하하하"

시댁식구들이 마냥 고마워
그녀 시댁은 가까운 장흥이다. 시댁 식구들이 어떻게나 잘해주는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시어머니는 물론 처갓집 모든 형제들이 하나 같이 잘해준다고 한다. “세차장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세차장 이름이 밀레니엄이라 손님들이 마구마구 밀려오겠네요. 하하하" “신랑이 포철기연에 다녔는데 명퇴를 하고 이 세차장을 인수하게 됐지요. 시작한 지는 4개월 돼 가는데 결코 만만하지가 않네요." 세차장을 인수하기 전에는 마트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그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자동차를 닦고 또 닦아 냈다. 먼저 내부를 깨끗이 청소한 다음 다시 호수를 들고 외부를 씻어내기 시작했다. 호수에서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였다.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물방울들은 햇볕에 반사돼 무지갯빛을 연출하며 순간과 찰라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이런 감상이 그녀에게는 하나의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순선 씨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밀려드는 자동차를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세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까탈스러운 손님 때문에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한다.

일하는 보람 말로 다 할 수 없어
“이 일이 육체적으로 비록 힘들지만 보람도 큰 것 같아요. 깨끗하게 세차된 차를 보고 손님들이 흐뭇해 할 때는 괜히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그녀의 손놀림은 잠시도 가만있질 않았다. 남편이 함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게 재밌고 또 그렇게 행복 할 수 없다며 일 하는 내내 그녀의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리 더러운 차도 순선 씨의 손길을 지나면 새 차로 변신을 한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무엇이 다를까. 사람도 가끔씩은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세척을 할 필요도 있는 법이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7년이 넘었네요. 그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세차장까지 인수할 수 있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녀 얼굴에는 정말로 기쁨이 가득해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아, 괜찮아요. 이것마저 하고 나면 한숨을 돌릴 수 있어요.” 순선 씨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어디 종교만 숭고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땀 흘리며 일하는 것처럼 숭고한 것도 없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의 가치는 땀을 흘려 본 자만이 아는 법이다. “이번 추석 때는 어떻게 지냈나요?“ “남들 하는 것처럼 똑 같이 지냈지요. 시댁에 가서 전도 붙이고 송편도 만들면서 말이지요.” “가끔씩 고향 생각도 나지 않나요?” “왜 안 나겠어요. 처음에는 몰래 많이 울기도 했지요. 고향은 제 2의 모태라는 말도 있잖아요.” 현재 그녀가 떠나온 연길 고향에는 아버지만 남아 있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모두 한국으로 나왔다고 한다. “자녀는 어떻게 되나요?" “아들과 딸 하나인데, 공부는 물론, 애들이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그녀에게 미래 희망을 물었다. “거창한 희망은 없어요.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이렇게 건강하게 일하는 것과 또한 우리 가정이 지금처럼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제 소박한 희망이에요."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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