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웅 선린의원 원장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진정되고 제법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접어들었다. 외출하기에 좋은 계절이 찾아온 지라 가을철 야유회, 운동회나 단풍놀이다 하여 야외 활동이 증가되고 또 추수철이 다가옴에 따라 우리지역의 농민들도 들판에서 더욱 바빠지는 시기가 되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행사들과 과다한 업무 속에서 몸살과 열감이 발생하게 되었을 때, 그저 피곤해서 감기에 걸린 것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하며 지내다가 병을 키울 수도 있는 가을철 열성 질환들이 있는데, 쭈쭈가무시병, 한국형 출혈열, 그리고 렙토스피라증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름조차도 생소한 이 질환들은 공통적으로 산과 들에서 야외활동을 한 후, 1-3주 후에 증상이 발현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일반 감기와 유사한 발열, 근육통, 두통, 오심, 구토 등으로 증상이 시작되므로 초기에는 단순 감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질환의 경중에 따라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질환으로 그 심각성은 충분히 강조되어도 부족하지 않다.
이 질환들은 법정 전염병 제3군으로 지정되어 지속적인 감시체계가 필요한 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다.
쭈쭈가무시병은 들쥐나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진드기 유충이 피부를 물어서 생기게 되고, 유행성 출혈열은 쥐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피부, 입, 호흡기를 통하여 감염이 이루어져 발생한다. 또, 렙토스피라병은 감염된 동물의 오줌에 젖은 토양, 풀들이 점막이나 상처에 접촉됨으로 감염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들판에서 살아가는 쥐를 포함한 설치류 동물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흔히들 농민들이 '들쥐병'이라고 통칭하여 부르기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질환은 오한, 근육통, 두통, 오심, 그리고 구토 등의 증상을 수반하면서도 각기 독특한 증상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우선 쭈쭈가무시병은 몸에 담배불로 인한 화상처럼 보이는 0.5-1cm 정도의 크기를 갖는 가피가 나타나며, 임파선이 붓고, 전신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증후출혈열이라고도 불리우는 유행성 출혈열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입천장과 겨드랑이에 점상 출혈을 보이기도 하고 소변의 양이 극심하게 줄거나 아예 나오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렙토스피라병은 근육통이 매우 심한데 그 중에서도 하지 쪽의 동통이 심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검사가 필요한데 혈액에서 항체의 유무를 확인하여 감염을 확진 할 수 있다.
각 질환에 따라 질환을 관리하는 원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질병의 초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공통적으로 효과적이며 합병증이 발병되거나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입원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쯔쯔가무시에 대한 예방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위험지역에서는 예방약제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렙토스피라병에 관해서도 위험군의 경우에는 그 기간동안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추천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긴팔옷과 긴바지를 착용하여 풀밭에 직접 접촉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젖은 풀과 고인 물에 접촉을 줄이기 위해 신발도 슬리퍼나 샌들은 삼가 하고 운동화나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이 열성 질환들은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지역에서도 반드시 발생하는 질환군들 이므로 이 계절, 가족들의 발열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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