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본지발행인/대표이사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찾아오는 추석이지만 그 때마다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도시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는 주부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 세계 곳곳이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증시가 폭락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의기소침해 있거나 주눅이 들 필요는 없지 싶다. 삶이란 게 원래 파도와 같아서 끝없이 문제들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법이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추석 선물을 준비하느라 고심하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비싸다고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편에 맞게 정성스럽게 준비하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싶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는 선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테다. 이것을 집어 들면 또 저것이 마음에 걸리고 저것을 집어 들면 또 이것이 마음에 걸려 갈팡질팡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갈등이고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모른다. 그런데 못내 가슴이 아픈 것은 올 추석 때 집에 내려갈 수 없는 청년실업자 수가 너무 많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대학까지 마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차마 빈손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게 그들의 변이다. 그 심정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을 만나고 또 본인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의외로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구하거나 또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누가 뭐래도 추석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즐거운 마음과 풍성함으로 함께 즐기는 날이다. 그래서 한가위라는 말도 ‘광대처럼 즐겁게 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가배(嘉俳)에서 파생한 말임을 알 수 있다. 이 말은 악학궤범에 실려 있는 동동(動動)이라는 고려의 달거리노래(月令歌)에도 등장한다. 가을 곡식을 모두 거둬드린 후 조상님은 물론 이웃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던 날이 바로 추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가배라는 말이 변천해 가윗날이 되었고 가윗날이 변해 한가위가 된 것이다.
문제는 ‘가위'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점이다. 가위는 반(半)과 중앙을 의미하는 가옷(가운데)에서 파생한 말임을 알 수 있다. 흔히 물건을 자를 때 쓰는 도구를 가위라고 하는데, 가위는 대부분 중앙을 가름할 때 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결국 한가위는 ‘한가운데날’임을 알 수 있다. 흔히 중추절(仲秋節)라고도 하는데 중추란 7월, 8월, 9월의 가을 석 달 중, 가운데 달인 8월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가을 한복판의 날’이 바로 추석이요, 중추절이요, 한가위인 셈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멀리 객지에 나가 있던 친척과 가족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고 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동안의 회포(懷抱)를 풀었던 것이다.
물론, 이번 추석은 너무 일찍 들어서 그런지 추석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곡식들은 아직도 익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낮 기온은 여전히 한 여름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늦더위가 고맙기도 하다. 그동안 잦은 비 때문에 곡식이 여물어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과일의 당도가 낮아 맛도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주위를 둘러보면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정을 주고받으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 것도 직장생활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삶을 나누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부를 쌓은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잘 모르기는 해도 가장 큰 추석 선물은 바로 당신 그 자체가 아닐는지...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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