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숙 중마노인복지관장

몇 년 전에 한 남자노인과 성과 관련된 전화상담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매우 점잖은 목소리와 매너로 어려운 상담이라며 조심스럽게 성과 관련된 상담을 해오셨습니다. 배우자가 10년 전 쯤 돌아가셨고, 그 이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만 자식들 봐서 재혼을 거론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서 성파트너를 바꾸고 심지어는 불법 성매매를 하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성적인 문란함이 가져올 매독, 에이즈 등의 성병과 정신적 황폐화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지만 매독은 항생제로 치료하면 되고, 에이즈는 잠복기가 10년 정도인데 에이즈에 걸린들 나이 들어 노환으로 죽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단지 해결할 수 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주체할 수 없으시다는 하소연이셨습니다. 또 얼마 전 노인양노시설과 요양시설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양시설보다 비교적 건강한 어르신들이 주로 계시는 양노시설 남자어르신들의 성적인 욕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며, 시설 내의 어르신들끼리 이성친구로 사귀시다가 합방을 하시는 경우는 양호한 경우이고, 어떤 남자어르신의 경우는 성매매에 대한 요구가 과도하셔서 여러 차례 자제를 부탁드렸지만 ‘오죽하면 저러시랴’라는 생각에 그 어르신이 요청하신 외부 성매매가 가능한 곳으로 모셔다 드리고 혼자 도망치듯이 오신 적이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원장님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법한 대처였는지를 말씀드리며 가슴을 쓸어내렸었습니다.
올해 초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비뇨기과 연구팀은 서울·경기 등 6대 광역시도의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건강검진기관을 방문한 60세 이상 노인 남녀 1804명(남 816명, 여 988명)을 대상으로 성행위와 성병감염 실태를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었는데, 남성 응답자의 10.6%가 조사 당시를 시점으로 1년 이내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과거 성병 검사를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78.2%에 달해 성을 매개로 한 감염의 전파와 예방에 대한 인식 정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상대적으로 본인 또는 배우자가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 부전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35.7%였다고 하니, 성에 대한 노인들의 욕구와 그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에 따른 성병 감염 및 예방에 대한 인식과 행동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들에게서도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노인성병관리를 위한 역학적 자료가 거의 없으며, 노인의 성상담 및 관리를 위한 시스템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라 성병 질환 예방과 관리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의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원 등의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해,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경로당, 경로식당 등 지역사회노인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상담, 교육을 좀 더 적극적이고 실제적으로 행하여 성병 예방에 대한 노인들의 인식을 제고시키고, 감염 시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시켜 실제적인 행동을 유도하며, 성병은 나만의 질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질병이라는 충분한 설명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또한 노인복지관, 노인상담기관 등에서는 노인성상담이 가능한 인력의 배치 및 보건소와 연계하여 성전문상담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 스스로가 건전한 성 문화를 가꾸어 나가시려는 의지와 지역사회 주민들의 노인들의 성에 대한 바른 인식과 수용적인 태도가 아닐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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