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법(讀法) 詩박시교

산 이라 써 놓고

높다 라고 읽는다

하늘 이라 써 놓고

드높다 라고 읽는다

한 사람 그 이름 써 놓고 되뇌는 말

그립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시학을 통해 데뷔)

감상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원초적인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리움이란 그림을 그린다는 말과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생각의 붓으로 마음이라는 도화지에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고 볼 수 있다. 흘러간 것들 치고 그립지 않은 게 없고 그리운 것들 치고 흘러가지 않은 게 없다. 아직까지 그리움을 정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슴에 남아 있는 진짜 말은 한 마디도 전하지 못한 채 엉뚱한 소리만 질러내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 한다.

솔직히 그리움 앞에서는 언어 자체가 걸림돌이 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그리움은 늘 언어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그리움이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 할지라도 가끔씩은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가슴에 써 보고 나직이 불러 보는 것도 마음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하긴, 사람마다 마음을 읽어 내는 독법(讀法)은 다 다르게 마련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은 알고 있을 테다. 몰래 당신이라는 이름을 써 놓고 '그립다' 라고 읽게 된다는 것을. 당신이 참 많이 그리운 여름 날이다.

/홍봉기 기자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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