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저녁을

詩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달빛을 먹는다

…

그랬다. 가난했던 우리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서 밥을 먹었다. 배고픈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맛있는 법, 반찬투정이란 애초부터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늘 배가 고팠지만 그래도 생에 대한 애착과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 시간은 훨씬 깊었다. 여름내 바닷가로 또는 들로 쏘다니다 온 우리는 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등목 한 번 하고 멍석에 앉아 어머니께서 내 오시는 밥상을 기다렸다. 밥상 위엔 별이 떴고, 달이 떴고 가난한 우리들을 배부르게 먹이지 못한 어머니의 눈물이 떴다. 가난을 미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차라리 가난해서 우리 영혼과 꿈은 늘 투명하고 맑았다. 하지만 먹을 것이 지천으로 넘쳐 나는 요즘 시대에,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배고픔을 느낀다. 냉장고마다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밥맛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밥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물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가난한 시절, 열무김치와 된장국과 보리밥 위에 쏟아져 내리던 그 많은 별들과 달빛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한 번 그 밥을 먹고 싶다 . 물론, 당신도 그럴 테지만...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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