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고 호들갑을 떤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사이 또 새해가 시작됐다. 사람이란 원래 의미를 갖다 붙이고 싶어 하는 동물인지라, 또 이런저런 계획을 꿈꾸며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고 있을 테다. 그래봐야 또 며칠 못 가 어제의 습성에 따라 반복된 생활을 하겠지만, 지금 같아서는 뭐든지 새롭게 할 것만 같다. 아니, 지키지 못할 계획이면 또 어떤가. 이럴 때 허파에 바람 든 것 마냥 큰 꿈을 한 번 꿔 보는 것이지. 꿈꾸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분명한 것은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양말은 여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고, 밤에 출출하면 또 라면을 끓여 먹을 것이며, 제발 소리 내지 말고 교양 있게 국물을 떠먹으라는 아내의 충고는 계속 될 것이다. 혹, 모르겠다. 올해는 운동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이번에는 벼르고 또 벼르고 있다. 어떤 사단이 나더라도 운동만큼은 꼭하리라 마음먹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음이란 게 또 얼마나 변덕이 심한지 모른다. 아마 마음처럼 탄성력이 강한 것도 드물지 싶다. 때로는 내 이성의 통제를 받는 것 같다가도 어느 날 보면 전혀 통제 밖에서 헤매기 일쑤다. 솔직히 아직도 내 마음을 내가 잘 모르겠다. 도인들은 마음을 통제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도인 근처에 가기는 애당초 글러먹었지 싶다. 그러나 오지심정즉(吾之心正則)이면 천지심역정(天之心亦正)이라고 했다. 내 마음이 바른 즉, 하늘의 마음도 바르다는 뜻이다. 신묘년에는 마음을 분리수거하면서 살도록 시도라도 해 봐야겠다.

김태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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