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의 풍물놀이 저희 국악협회에 맡겨주세요”

농악대원을 이끌고 꽹과리를 치며 가락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을 상쇠라 부른다. 농악에서 상쇠는 지휘자에 해당하는데 광양국악협회에서 상쇠로 사물놀이를 이끌고 있는 김순덕씨를 만났다.

제 2의 인생 맛보게 해준 국악
‘엄마’라는 이름 뒤에는 언제나 헌신이 뒤따른다. 여느 대한민국 엄마들처럼 김순덕씨 또한 30여년을 본인 인생보다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서 살아왔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보니, 허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뤄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을 돌아보니 내게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나이도 꽤 들었던 때라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때문에 무엇을 하겠다고 나서기가 두려웠습니다”
사람에게 누구나 기회가 있기 마련인데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10년 전 일입니다. 집과 일터만 오가며 일밖에 모르던 저에게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농협문화센터에서 국악이라는 생소한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재미있고 신나는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얼마나 좋았던지 전 제 2의 인생을 산다고 말할 정도로 나도 모르게 농악에 빠져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50살이 다 된 나이에 시작하게 된 국악이 지금은 제 2의 인생을 맛보게 해주었다며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후회를 한단다.

녹녹치 않았던 그 때, 그 시절
“저는 옥곡에서 7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부터‘낭떠러지에 버려도 알아서 먹고 살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정도로 생활력이 강하게 자랐습니다”
형제가 많은 그는 일찍 결혼을 했다.
“지금은 중마동이 도시가 됐지만 예전에는 옥곡이 중마동 보다 훨씬 잘사는 동네였습니다. 그 당시 골약으로 결혼을 했는데 맏며느리에 농사도 많고 김 양식도 많이 하는지라 한 새도 손을 놓을 시간이 없더군요”
김순덕씨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아마 광양제철소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농사에 바닷 일에 손이 마를 시간이 없을텐데 광양제철소가 들어오면서 제가 광양시국악협회 상쇠로 변해 있어요”

행복한 상쇠, 그러나 마음은 늘 미안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은 남편과 아이들 덕입니다. 그리고 건강한 시어머니 덕이기도 하지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그는 국악을 배우러 가는 날이면 마치 죄인인 것처럼 조심조심 다녀야 했다.
“어른들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일은 하지 않고 국악을 배운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어르신들에게 소리나 듣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았지요. 그래도 남편이 응원해주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줘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또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가 건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가 풍물놀이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항상 감사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으로 사는 행복한 상쇠라는 그는 꽹과리를 비롯해, 장구, 모듬북, 민요, 판소리는 물론 한국무용까지 못 하는 것이 없다.
“처음 배울 때 밥 먹다가도 장구채를 두들기고, 쉬는 틈만 있으면 장구채를 들고 살았어요. 하나를 하다 보니 이것저것 다 배우게 됐습니다. 남들은 혼자 무대를 독점한다고 말할지 모르나 아직 광양시 국악협회에는 회원이 많지를 않습니다. 따라서 공연할 때 여러 가지를 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마치 제가 혼자서 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입니다” 광양시 국악협회는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랑하는 그는 어머니가 건강할 때 국악협회 상쇠를 한 명 배출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의 제가 있음은 남편 배려 때문
처음에는 반대 했던 남편이 지금은 가장 적극적인 팬이자 후원자가 됐다.
“요즘 남편이 혼자서 일을 많이 합니다. 저에겐 국악을 배우라고 등을 떠밀지요. 남편이 못하게 한다면 어찌 감히 제가 이런 영광을 누리겠습니까!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살지요”
4대가 모여 사는 그의 집엔 웃음이 떠날 날이 없다.
“감사하게도 어머니가 83세이신데 아주 건강하세요. 그리고 광양제철소에 다니는 아들 부부와 손자까지 어우러져 4대가 모여 사는 저희 집은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랍니다”
건강한 취미생활로 멋지게 살아가는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한마디 던지는 그의 남편 박길선씨, 훌륭한 남편 옆에는 지혜로운 아내가 있고 잘나가는 아내 곁에는 배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남편이 있음에 모든 것이 가능한 것 아닐까?
1남 2녀의 어머니로, 시어른을 모시는 며느리로, 살가운 아내로 그리고 광양시국악협회 상쇠로 살아가는 김순덕씨,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그는 그래도 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공부를 많이 못 해서 앞으로는 공부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의 아름다운 꿈이 다시 환하게 꽃 피길 바라본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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