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대원들이 가는 곳엔 우리가 있다”

여성소방대원으로 활동한 지 10년
“올 7월14일 여성의용소방연합회장에 취임했습니다. 2000년 진월면 여성의용소방대가 생기면서 소방대원에 합류했어요. 각종 봉사활동을 해오다 폭넓은 봉사활동을 하자는 생각에서 소방대에 들어왔는데 바로 사무국장과 총무 일을 맡으면서 의용소방대에 더 빨리 적응한 것 같습니다”

그는 사무국장에서 대장으로 추천되어 일을 하다가 올해 연합회 회장 일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대부분 119라면 화재로 인한 일이 전부인 줄 알지만 소방서에서 하는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저희도 따라 다니면서 한 몫을 해내기 위해 열심히 익히고 있죠. 현재 광양시에는 남녀 의용소방대가 450여명인데 그 중에 220명이 여성소방대원입니다. 각 면소재지마다 소방대가 조직되어 있는데 진월면은 45명의 여성소방대원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 함께 하는 것도 여성소방대의 몫
“소방대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 다니며 돌보고 있어요. 저는 평생을 어르신들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그들은 찾아가면 눈물을 보이며 반가워하고 또 언제 오냐고 기다리거든요. 저를 기다리고 보고 싶어하고 반가워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앞섭니다”

돌보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가슴을 쓸어 내린다는 박회장,
“어르신들에게 제 전화번호를 크게 써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고 옵니다. 어르신들은 시간 관념이 없어 본인들이 일어난 시간이면 아무 때나 전화를 해서 호출합니다. 한 밤중은 예사고 새벽 2~3시에도 빨리 오라고 부르지요. 처음에는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은 익숙해져서 조금만 있다가 가겠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던 어른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부모님 돌아가신 듯 마음이 아픕니다”

치매 어른들에게 가면 같이 치매가 걸린 듯 행동을 하며 함께 놀아준다는 그는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춰주는 자신을 때론 미친 사람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119 출동 때 뒷바라지, 행복
돕는 사람만이 느끼는 행복은 또 다른 맛일까? 그는 119 소방대원들이 현장출동 했을 때 소방대원들 뒷바라지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한다.
“소방대원들은 큰 일이 생기면 몇 날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는 것도 부실한 형편입니다. 그들이 출동하는 곳에서 우리는 뒷바라지 봉사를 합니다. 소방대 봉사요원으로서 그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함이지요. 의용소방대원들은 각 면 단위로 활동하고 있지만 광양 전체적으로 움직일 때도 많아요. 그들에게 라면을 끓여 주고 시원한 음료를 지원해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는데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응급처치로 생명 살린 적도 있어
“여성소방대원들도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는 모두 배웠습니다. 응급조치를 제대로 배우고 나니 무슨 사건이 생겨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물에 빠진 아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적도 있어요.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이 119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어요. 심폐소생술을 배운 그대로 했더니 멎었던 숨이 돌아 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세상에는 알아서 손해 보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뭐든 배워 두고 익혀 두면 필요할 때가 있더군요” 119 사이렌 소리가 나면 항상 긴장되고 걱정된다는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봉사하려고 보니 알아야겠다라는 생각에서 각가지 자격증을 땄습니다. 지금은 지나가다가 어떤 불상사가 발생해도 재빠르게 대처할 수가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소방대원 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할 때가 바로 이런 때 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부터 찾아요
“소방서 직원들이 먹는 김치 봉사부터 시작해 어려운 이웃들 김치 봉사는 오래 전부터 담당해온 일입니다. 한번 담글 때 200포기는 기본이죠. 모든 대원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일이 척척 진행 되어 큰 어려움은 없어요”
7남매의 맏딸이라는 그는 광양읍이 고향인데 진월에서 산지 33년 됐단다.
“동네 분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저부터 찾아요. 그럴 때 119 봉사대원으로 일하는 것이 뿌듯해서 내일처럼 도와줍니다” 광양시장으로부터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기 때문에 힘이 닿을 때까지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고 한다.

남을 돌보는 일들이 일상생활이라고 말하는 그는 취미생활 또한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물놀이와 농악, 모듬북을 배운지 10년 됐어요. 광양시국악협회 소속으로 신명나게 공연도 다닙니다. 전국 동아리대회에서 모듬북으로 대상도 받았어요”
한가지를 열심히 하면 모든 일에 열심이란 말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 그가 사는 삶이야말로 모두가 본받아야 할 진취적인 삶, 긍정적인 삶이었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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