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나는 화가가 되어서 그런지 어느 장소를 가던지 벽면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다. 벽에 무슨 그림이 걸려있는지 그것부터 먼저 확인을 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어떤 그림을 걸어 두는가에 따라 집안 분위기는 물론, 그 직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그림이 복과 운을 불러온다고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이 말은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이 판명되었다. 좋은 그림은 분명히 좋은 운을 불러 오게 되어 있다. 그림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석사학위 논문으로 쓴 제목이 ‘지역특성에 따른 아동화의 특성비교 연구’ 인데, 아이들이 선택하는 색에 따라 그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포함시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아이들이 선택하는 색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필자가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내 아이의 적성과 인격이 어떠한가를 보려면 먼저 무슨 색을 선택하는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미술치료가 상당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좋다’, ‘나쁘다’는 다른 의미가 아니라, 그 장소에 적합하느냐 적합하지 않느냐하는 적합성의 문제다. 예를 들어 술집에다 밀레의 만종을 걸어 놓는다면 틀림없이 잘못된 그림이지만, 농협 같은 건물은 그런대로 어울리는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술집에는 늘 관능적인 그림만 걸어두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같은 작품은 아주 훌륭한 작품으로, 그 술집 주인의 인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그림이 단순하게 멋과 분위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혹시 부부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면 클림트의 ‘키스’나 ‘유디트’를 안방에 걸어 두면 둘의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다. 또 실재로
그렇다고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산만하거나 주의력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아이들 방에는 자연과 관계된 차분한 그림이 좋은데, 우리 정서가 담긴 동양화가 좋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우리의 정서와 자연관이 잘 담겨있는 그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굳이 그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훌륭한 서체를 보며 우리 조상들의 솜씨와 지혜를 즐기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그리고 그림은 되도록 부드러운 선과 밝고 온화한 작품이 좋은데 풍경화나 구상화가 좋으며, 다소 이해하기 힘든 추상화는 피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도 할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마음과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그림들을 선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필자 생각 같아서는 광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그림 걸기 운동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좋은 그림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구호로만 문화도시 조성을 외칠 게 아니라,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즐기고 감상할 수 있도록 좋은 그림 걸기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지 싶다. 현재 광양시에는 많은 전업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런 화가들을 돕는 의미에서도 그림걸기 운동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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