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문 늘사랑하는 교회 목사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하는 인사는 많은데 사람과 사람과의 정을 주고받는 인사는 줄고 있어 모두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누구를 탓할 것은 없겠지만, 번듯한 자세로 제대로 된 인사를 하는 사람이 드물어 가고 있는 게 우리들 현실이다.

나는 목사라는 성직을 가진 관계로 매주 마다 많은 교인들과 이러저런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전심을 다해 인사를 한다. 악수를 하면서 따뜻한 손길을 나누고 얼굴을 보면서 또 아름다운 눈길을 나눈다. 정말 인사는 모든 일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죽하면 인사(人事)란 사람이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事)이라고 했겠는가. 그러나 요즘 이런 인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어른들을 잘 공경하는 관습을 가진 나라였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어른을 만나면 “안녕하셨습니까? 식사는 드셨습니까?” 하면서 먼저 정중하게 안부를 묻고 근래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이런 인사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고 있다. 심지어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예전에 비해 훨씬 공간적인 거리가 좁혀졌는데도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다는 점이다. 아파트만 해도 그렇다. 바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며 살고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려면 가장 기본인 인사부터 새롭게 회복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인사는 모든 인간관계를 여는 열쇠이다. 예절은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무거운 짐이 아니다. 서로간의 인사만 잘해도 예절의 근본은 충분히 자기 가치를 유지하게 된다.

광주 모 대학교에는 그 학교만의 전통이 하나 있는데, 바로 45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다. 누가 되었건 먼저 보는 사람이 인사한다. 간혹 처음 보는 사람이 당황하며 “나를 아십니까?”하고 물어오면, 인사가 우리 학교의 전통이요 관습이라고 말한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인사는 관계의 시발점이며 상대와 벽을 허무는 첫 관문이다.

인사를 통해 삶의 반경은 조금씩 넓혀 가게 되고, 인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자기의 영역이 넓어졌다는 뜻과 같다. 인사를 하면 사람들은 먼저 나를 인정한다. 인사성이 밝은 사람은 그 만큼 기본이 됐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을 칭찬하며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존경을 하게 된다. 인사는 우정을 싹트게 만들고, 긴장을 풀어지게 하며, 사람들을 흡족하게 만들어 결국은 인사로 모든 것이 잘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인사는 인류가 언어활동을 시작했을 때보다도 더 일찍 습관화 되어 왔다.

이러한 인사는 초등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배우고 실천함으로 몸에 배게 된다. 또한 인사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요, 존중의 표현이며 사람됨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인사는 서로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활동성 윤활유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인사만 잘해도 성공한다. 이웃 간에 인사만 잘해도 다툴 일이 줄어든다. 사실 아이들이 인사만 잘해도 그 아이는 앞길이 열린다.

다만, 인사를 하되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굳이 45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인사를 하는 순간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마침내 축복의 통로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인사를 먼저 하는 것은 절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익은 벼가 머리를 숙이듯이 바로 내가 익은 벼요, 성숙한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이 글을 마치면서 나는 광양경제신문 독자제위 여러분과 광양시민들에게 이런 인사를 올린다. “안녕하십니까? 광양시민과 독자제위 여러분, 무더운 여름과 장마철, 아무 탈 없이 건강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날마다 행복하십시오!” 라고.

데스크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