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 기자

뜨거웠다. 열정이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흔히 우리나라 국민성을 가리켜 냄비근성이 강하다고 비꼬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 번이라고 이렇게 뜨거워 질 수 있다는 거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리스와 붙었던 우리 선수들 정말 잘 싸웠다. 내 생각에 역대 치른 모든 경기 중에서 가장 잘 했지 싶다. 수비와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완전히 하나가 된 경기였다. 서로 간의 호흡도 정말 잘 맞았다.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혹자는 그리스가 예상 한 것 보다 훨씬 약했다고 애써 폄하를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번에는 우리가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정당한 평가다. 필자는 어찌나 신이 나던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집집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 또한 요란했다. 아무리 축구가 좋다지만 이렇게 극성을 떠는 민족은 없지 싶다.

브라질이나, 아프리카도 축구장에서는 뜨겁게 응원을 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응원을 하지는 않는다고 하니 우리의 독특한 응원 문화는 가히 해외 토픽감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적잖은 우려도 없잖아 있다. 행여나 집권당이 이런 틈새를 이용해 엉뚱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아마 이명박 정권은 이번 월드컵 경기가 너무 고마울 것이다.
모든 굵직한 사건을 한 순간에 축구가 빨아 들였으니 오죽이나 고맙겠는가. 하지만 갈수록 극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어떻게 만들어 놓은 화해의 길인데, 한 순간에 그렇게 원수를 만들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외교라는 것도 운동 경기와 같아서 이기기 위한 전술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이 정권은 동네축구처럼 그저 뻥뻥 내지르는 수준이다. 작전도 없고, 골 결정력도 없어 보인다. 이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 광양시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또 이성웅 시장이 당선됐는데, 무려 12년이나 광양시를 이끌게 됐다.

경험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행정적인 피로가 누적돼 자칫하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오래 된 물은 냄새가 나고 이끼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경험주의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려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개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예전의 시스템을 고집한다면 광양의 4년은 결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4년,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해 둘 필요가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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