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한 마디로 감동 그 자체였다. 곳곳에 울러 퍼진 대한민국이라는 환호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통쾌한 소리였다. 나 역시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손뼉치고 소리 지르며 있는 힘껏 응원을 보냈다.

그리스와 한국이 맞붙던 그날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집집마다 너나없이 환호를 지르며 대한민국을 소리 것 외쳐 불렀다. 순간, 3.1절도 이랬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은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라도 해서 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4대강 살리기와 천안함의 의혹까지 근래 들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이 없어 국민들은 얼마나 애가 닳았는지 모른다. 내 귀에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외침이 대~한(恨)민국으로 들렸다. 우리 민족은 원래 한이 많은 민족이 아니던가. 그런 한의 승화가 이번 월드컵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이런 감동마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견뎠을까 싶다. 아마 모르긴 해도 이번에 그리스 전 승리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이날 순간 시청률도 70%가 넘었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덩치로 보나 기술력으로 보나 크게 앞서지 않던 우리 선수들은 외부적인 힘에 결코 주눅 들지 않았고, 마침내 그리스보다 두 배 더 뛰는 부지런함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우리 선수들 중에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2%정도 부족한 뭔가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내렸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기에는 마음이 아팠다. 전후반 경기를 모두 끝내고 그라운드에 풀죽어 앉아 있는 그리스 선수들을 보니 한 편으로는 또 측은지심이 생겼다. 지금 그리스는 국가적으로 재정적인 위기에 놓여 있는데, 그들 국민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우리만 이겼다고 해서 그저 뛸 뜻이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가 어떤 나라인가. 인류 지식문명을 꽃피운 나라가 아니던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금도 사람들 입에 회자 될 정도로 문명을 자랑하는 나라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나라도 자본의 힘 앞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목격하는 순간, 자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우리 선수는 물론이고 그리스선수도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다만, 누가 먼저 골을 넣고 그 골을 지키느냐가 승패를 가를 뿐이었다. 우리야 백 번이고 기분 좋은 승리였지만, 그리스 팀이 다음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비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정신이 아닐까싶다.

바라건 데 모처럼 전 세계가 들썩거리며 하나가 되는 월드컵을 통해 모두가 하나의 지구 위해 살고 있는 한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고 확인하는 월드컵이 되었으면 바랄 게 없겠다. 또 내일은 아르헨티나 하고 경기를 치를 텐데,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 것을 느낀다. 정말 버거운 상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누구에게나 틈새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전술전략을 잘 짜고 최선을 다한다면 의외로 좋은 기회가 찾아 올 것으로 믿는다. 정말 늘그막에 이런 열정을 가질 수 있다는 그 자체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렇게 환호하고 기뻐 날 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를 드리고 싶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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