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의 참 멋을 아십니까!

서각의 불모지인 광양을 중심으로 전남지역에 서각의 산파 역할을 해오고 있는 서각인 박육철 한국서각협회 부이사장, 그는 나무, 돌, 도자기, 석고, 혼합재료 등 무궁무진한 서각의 재료에 더 큰 매력이 있다고 한다. 서각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 차례 전시회 개최, 서각 예술인의 반열에 오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각 예술인의 반열에 올라있는 그는 지난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기획 초대전, 월간서예문인화, 서울예술의전당초대전 등 수 차례에 걸쳐 개인전을 가졌으며 대한민국 서예대전 특선을 비롯해 각종 전국 규모 공모전에서 40여 회에 걸쳐 입선, 특선을 했다. 또 대한민국서예작가협회 문화상 수상, 21세기 국제서전 우수상(일본 산케이 신문사 주최), 대한민국 통일 미술대전 초대 작가상 수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바른 서각 감상을 하려면 기초 지식 필요
“예술작품의 감상이란 일반 대중에게는 취미나 정서적인 여가 활동이지만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창작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미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감동과 쾌락을 얻어낸다면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지요. 또 올바른 감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초 지식이 필요합니다.

현대 서각은 서예에서 분화된 동양의 미술이며 지금까지 알고 있는 전통 서각과는 달리 필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서각이라기 보다는 입체 본래의 개념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입체 예술이라는 점에서 감상해야 합니다” 좀더 깊이 있게 설명하자면, “현대 서각에 선택된 문자는 흔히 읽기 좋게 배치하거나 서체본형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다른 조형예술에서와 같이 보다 더 심층적인 서미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서체에 대한 연구와 구도, 이에 적절한 재료와 각법, 다양한 착색(着色)등 실로 서예, 조각, 회화까지 동원돼야 하는 것이 서각이지요. 어떻게 조화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냐를 깊이 있게 보면 더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어 더 매력적
서각 재료는 대부분 나무 즉 목재를 생각하지만 작품 소재는 다양하다.
“서각은 전통 서각과 현대 서각으로 분류됩니다. 우리 고유의 전통미를 살리는 전통 서각과 달리 현대 서각은 다양한 재료에 정형화된 미의 유형이 아닌 입체개념이나 조형개념을 추구하지요. 현판도 새기고, 간판도 새기고, 가훈도 새기고, 글씨를 목판에 새기는 단순 작업만이 서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글씨를 깍고 새기고 녹이고 붙이고 용접하고, 현대적인 각종 재료를 구사해 조형작업을 하는 것 또한 서각이지요. 한국서각협회는 문자를 매개로 다른 장르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기획전과 예술적 도전을 통해 서각 예술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서각은 자세히 보면 강약이 조화롭게 나타나며 조각도의 강약과 삐침의 방향에 따라 질감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일반 조각하고는 다른 것이 바로 서각의 묘미지요. 더구나 돌, 석고, 나무, 도자기, 스트로폼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서각인지라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 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그의 작품을 대하니 서각에 문외한인 내게도 아름다운 곡선과 함께 역동적인 흐름이 느껴진다. 또 힘찬 붓 놀림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으며 꿈틀대는 듯한 그의 필체는 숨을 죽이고 봐야만 할 정도다.

서양화가 지산 박영길, 서각가 강산 박육철 '형제 2인전'
“서양화가 박영길, 서각가 박육철 두 형제가 뭉쳐 2008년 명동 카톨릭회관 평화화랑에서 7일간 형님과 전시회를 열었어요. 형님과 같이 전시회를 열며 뿌듯하고 자랑스럽더군요” 서예가였던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예술인 집안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형(兄)은 지산 박영길 화백이다. 평소 각각의 분야에서 독특한 예술 세계를 추구해온 지산(박영길)과 강산(박육철) 두 형제는 '형제 2인전'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혈육간에 우애를 다졌다.

화려한 이력 뒤엔 남다른 노력이 있어
전북 순창이 고향인 그는 1999년 광양지역에 서각 동호인을 구성하여 ‘백운조형서각회’를 창립, 서각기법 강좌를 개설했으며 2001년 전남지부 창립전을 시작으로 매년 지부전을 개최하며 서각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광양제철초등학교에 18년간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서각을 지도함과 동시에 뜻있는 학부모들에게도 서각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중마동 백운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그는 이곳에서도 서각 특별 지도하고 있다.

또 러시아 브리아티아공화국 대통령 초대전 및 독일 괴테문화원 초대전 등 30여 회의 초대전에 출품했으며 그의 작품은 주한 독일 한국 대사관, 중국 심천시청, 광양문화예술회관, 하동문화예술복지회관, 세계불교수도원, 한국불교조계종 평화통일불사리탑 법화경 사경, 연세대학교 박물관, 성균관대학교, 박물주한 독일한국대사관 등 유명 장소에 소장돼 있다.
“서각을 한다면 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일반인도 누구나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꿈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기 것을 만들려면 무엇이든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지요”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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