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얼마 전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가 이십여 년 만에 방문했다. 그 친구가 한국의 눈부신 발전 모습에 무착 놀라와 감탄하던 말 생각난다. “세상에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되다니” 이런 감탄사는 수십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 온 사람들이 하는 공통된 고백이다.

물론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불과 십여 년 전을 돌이켜보면 얼마나 발전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 친구도 만약 한국에 와 살게 되면 광양에 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도시의 모습이 매우 편리하고 깨끗하고 잘 정돈돼 마음에 들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 광양에 살고 있는 게 퍽 자랑스러웠다.

도시의 아름다움을 한 마디로 잘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아마 잘 계획된 건축물의 모습으로 평가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제 건축물은 우리 생활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생활을 가리켜 의식주라 했는지 모른다. 선조들 말씀에 사람은 배부르고 등따시면 제일이라고 했다. 따뜻하게 있으려면 반드시 쉴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건물을 지을수는 없는 문제다.

그래서 건물을 신축할 때 가능하면 도시의 아름다움을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이라고 한다면 나무로 세워진 건축물을 말한다. 한국의 건축역사를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대부분 목조구조로 건축된 독특하고 고유한 한국전통양식으로 이어오다 19세기에 이르러 서구문물이 밀려들면서 목조구조건물은 사라졌으며,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되어 있을 뿐이다.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나무로 엮어진 공간에서 나무의 촉감을 느끼면서 살아온 민족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나무의 촉감을 사랑하는 국민성이 있다. 그리고 나무로 엮어진 구조를 아름답게 느끼며 나무기둥과 지붕이 견고하게 결합된 이음구조를 마치 생물체의 골격을 연상케 하도록 아름답고 정교하게 축조하는 기술은 한국 전통 건축미의 핵심이기도 하다.

또한 국토의 70%가 산과 나무로 조성된 수려한 자연환경과 아름답게 순화되도록 발전되어온 공간은 내부공간과 외부자연경관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개폐를 자유롭게 하는 구조이며, 자연경관과 맥을 이어가며 발달한 지붕조형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이다.

이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국의 고유음식과 한국의 고유한 가락에 본능적으로 희로애락을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목구조 건축은 한국전통공간의 모체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목구조는 부재가 서로 이어지는 절점에서 기교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기둥과 보가 만나는 공포, 두공의 목공 술은 마치 현대 첨단산업의 기술상품과 같은 개념이다. 뿐만 아니라 서까래의 배열과 지붕의 형태는 한국고유의 산수풍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나무기둥 사이로 개방된 벽으로 자연채광과 외부자연경관의 조망은 동양건축만의 건축미이다.

인체와 접촉되는 목재는 마루바닥이며 대청마루의 나무표면 촉감과 나무 무늬결로 인지되는 생활경험은 나무질감을 친근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목조 한옥에서 자라서 한국전통건축의 모양과 구조를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의 건축 양식은 한국적 건축양식을 모태로 하여 서양식과 절충된 보다 합리적인 건축양식으로 바꾸어져 알찬 건축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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