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봉 기기자

박광태 광주시장이 3선 출마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그래서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모처럼 만에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정말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했다. 이성웅 광양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도 이 시장을 곱게 볼 리는 만무할 터, 아닌 게 아니라 이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장이 두 번이나 시장에 연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당이 공천을 해주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적반하장 격으로 당의 공천문제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으니 당연한 일이지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정치적인 소신을 피력할 자유가 있다. 당에 들어갈 자유도 있고 또 탈당할 자유도 있다. 그러나 이번 무소속 출마 선언은 이 시장에게 큰 오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아마 이 시장은 여론 조사에서 가장 높은 결과를 얻자 '이번에도 역시 시민들은 나를 원하는 구나' 하고 잠시 착각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론조사와 인기란 그저 목욕탕에 서린 수증기 같은 것이다. 시원한 바람 한 번 맞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는 흔히들 말하곤 한다. 손뼉 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사실이 그렇다. 그것은 선거에서 당선 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며 또 큰 의미를 갖는다.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두고두고 좋은 교훈과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지역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단체장은 박광태 광주 시장이 유일하다. 그 역시 출마하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는 게 여론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후보자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성웅 시장도 그런 자세를 보여줬더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하는 미련을 자꾸 갖게 된다. 아니, 필자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그런 시장을 갖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본인들 스스로 결단을 내려서 떠나간 정치인을 별로 보지 못했다. 어떻게 하던지 한 번이라도 더 당선되기 위해 온갖 추태를 보이다가 마지못해 떠나는 사람은 자주 봐 온 터라,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시장이 8년 동안 쌓아온 업적에 대해서는 당연히 시비(是非)를 가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성숙한 모습도 필요하다. 요즘처럼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좀 더 참신한 후보를 선택하는 게 광양시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선택은 각자의 자유겠지만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연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보통 신중한 문제가 아니다. 시방 손뼉 칠 준비는 돼 있는데,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아쉽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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