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복 행<광양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

최근에는 도요타가 세계 각국에서 800만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 한다고 해서 야단이다. 일본의 자존심과 도요타의 신용에 치명타를 입히는 사건으로 보인다. 이는 비용 절감에 집착하다 방심과 교만이 화를 불렀다고 한다. 리콜은 제품의 안전을 이유로 제조사가 해당 제품을 회수 또는 교환 수리해 주는 결함보상이다.

세계 각국은 인명에 관계되는 제품의 결함보상을 의무로 정해두고 있어, 강제 리콜도 없지 않다. 이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지만 생산자에게도 유리한 덤이 있다.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과 벌금을 미리 방지할 수 있어서다. 한국에서는 199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1959년 미국의 캐딜락 자동차가 조종 장치에 결함이 있는 제품을 회수한 것이 최초의 리콜이었다.

그 뒤 세계시장에서 리콜의 대상과 범위는 끊임없이 확대되었다. 지난해만 해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리콜사건이 많이 있었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제품을 회수한 회사도 있었고, 어떤 회사는 2008년산 제품을 전량 수거하기도 했다.

또 과열을 이유로 휴대용 컴퓨터가 회수되기도 했으며, 국내자동차도 지난 한 해 동안 16만대가 반납되었다고 한다. 리콜의 기원은 본래 정치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아테네 헌법에 관해 쓴 글에서 언급했듯이, 리콜은 시민이 선임했으니 해임도 시민이 하겠다는 직접 민주주의 정치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 정신은 18세기 후반 미국혁명기로 이어져, 주 의회는 대륙회의에 파견한 대표를 소환할 권리를 가졌다. 이후 미국에서는 5천 건도 넘은 소환이 잇따랐다고 한다.

오늘날 리콜은 캐나다, 베네수엘라, 독일 및 한국에서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실시되고 있다. 오는 6월2일은 지방자치의 선거일이다. 경제활동에서 잘못된 제품을 생산한 기업이 리콜을 하는 것처럼 선거에도 후보자가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주민의 대표로서 함량이 미달하면 선거법에 의하여 또는 유권자의 힘에 의하여 리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리콜은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들어 지방자치의 행정력과 국력을 소비할 뿐이다.

특히 학연·혈연·지연에 끌려서 토표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문제를 제대로 근절하지 못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은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이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그것이 가장 빨리 그리고 강하게 먹힌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경상도 출신 모 후보가 선거를 할 때 “우리가 남이가?” 하는 한 마디로 싹쓸이를 하다시피 했다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지역적인 연고주의에 고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민 사회진영에서 좋은 후보자 자격. 기준을 제안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시민사회가 말한 좋은 후보는 수시로 의회보고회나 간담회를 열어 시민과 의화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의원에게 제공되는 모든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주민들과 공유하며, 예산편성.결산심의 때는 시민사회단체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실질적으로 일하는 후보자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고, 지역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어쩌면 도요타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모쪼록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명한 유권자의 선택을 기대해 보면서 정치든 경제든 리콜은 결국 ‘사후약방문’이라는 것을 유권자가 되새겨보았으면 한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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