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진<광양제철고 교장>

광양시는 거대한 자동차와 화학산업의 도시는 아니다. 또한 조선산업이나 전자산업 중심의 도시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구가 많다거나, 특산물이 많은 것도 아니며,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형 극장이나 공연장, 서점, 백화점 등의 문화적 공간도 거의 없는 이제 막 성장과 도약을 위해 용트림하고 있는 철강산업 중심의 도시가 바로 우리 모두가 생활의 보금자리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우리 시는 분명히 특산물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주먹거리와는 조금은 차이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는 가운데 먹는 문화와는 다른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기업들이 도약의 땀을 흘리며 산업도시로서의 발전을 이룩하고 있으면서도 호남 특유의 먹거리문화의 넉넉함도 갖추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특이함이 없는 듯하면서도 넉넉함의 조화를 갖추고 있는 도시에 교육적인 면이나 문화적인 면, 특유의 인정미까지도 갖춘 산업도시를 이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는 인근의 광역시나 도내 일부 특정도시의 교육관계 이야기는 마치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실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정과 먹을거리의 아름다운 조화와 넉넉함을 갖춘 도시가 산업중심도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안타까운 이해와 믿음이 상실된 단절감만 늘어가고 있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떠한 명분이나 논리가 있다 해도 교육은 분명히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과연 학교중심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증마저 나타나곤 한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면 백운산 자락이나 가야산 산책로를 거닐어도 보고, 4계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섬진강자락을 다녀보곤 한다. 멀리 보이는 산업현장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들, 어디를 가도 한적함과 아름다움이 두루 갖추어진 도시의 모습, 수많은 작은 마을들로 이루어진 듯하면서도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시는 인근의 전통적인 역사의 도시와 거대한 어항을 중심으로 훨씬 규모가 큰 도시들 속에서 새로운 산업도시로서의 엄청난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제 또 매화꽃 만발하는 계절이 왔다. 그리고 거대한 지리산으로부터 굽이굽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섬진강 자락과 매화꽃의 황홀감을 보고 느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과 넉넉함이 있는 도시, 산업의 거대한 동맥인 철강산업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광양시에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호남 특유의 따뜻한 ‘인정과 믿음’이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싶다. 어떤 행사가 해마다 반복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신선함을 잃을 수 있다.

현재 매화축제도 다시 재고해야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매화는 섬진강만이 아니라 각 지자체는 물론,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치하고 있는 추세다. 설마 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도 있다. 이러한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먼저 인정이 넘치는 광양을 만드는 것이다. 자꾸 인구가 늘고 도시가 성장을 하다 보면 인정이 메마르게 되는데, 광양시는 애초부터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분석하고 기획하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양시만의 정신문화를 다시 살펴보고 현재 우리들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이 무엇인지 개발해야 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문화도 바뀌고 사람의 삶도 바꾸는지라 늘 관심을 가지고 살기 좋은 광양을 만든다면 우리 시는 어떤 어려움도 거뜬히 헤쳐 나가지 않을까 싶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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