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생각해 보면 백화점은 미술관과 비슷하다”라고 한 앤디워홀의 말이 생각난다. 참으로 예술가다운 말이지 싶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일상품이 나름대로의 미적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전시된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예술품으로써 가치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팝 아트의 거장 워홀은 행복한 눈물로 우리 귀에 또는 우리 눈에 익숙한 화가다. 몇 년 전에 삼성 이건희 부인 홍라희 여사가 소유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그림이다.

워홀이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상업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예술가로 내 생이 마감 될 것을 기대한다,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고, 일하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 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다.” 라며 사는 것 자체가 숭고한 예술임을 천명했다. 보통 사람은 예술 하는 사람은 배고프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아니, 배가 고파야 진정한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다. 물론, 전업 예술가들의 삶이 힘든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옹색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예술 하는 사람 중에 하루 밤사이에 유명 인사가 될 때도 있다. 밤에 자고 났더니 어제 불렀던 곡이 히트돼 일약 스타로 떠오른 연예인들이 종종 있다. 팝 아티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앤디워홀이 그 주인공이다. 워홀은 1928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체코슬로바키아 이주노동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카네기칼리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야심차게 20대에 스타가 될 꿈으로 뉴욕에 입성한다.

1952년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데뷔, 하이힐 등 여성신발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는 이에 만족치 않고 정식 작가가 되고파 1962년 LA에서 첫 전시회를 갖는다. 마른 체구에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반증을 앓았고 탈모 때문에 가발도 애용한다. 1987년 담낭수술 후 급사한 그는 생존에 많은 일화를 뿌렸고 현대미술에서 부동의 1인자가 된다. 그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즐겨 먹고 마시는 걸 그렸으며, ‘코카콜라’, ‘하인즈 케첩’, ‘브릴로 수프’를 그의 작업에 도입하여 기존예술을 해체시켰다. 그의 예술은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 줌으로써 예술이 결코 특정계층의 독점물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대부분 미술의 역사가 그랬지만 그 역시 미술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며 보통 사람들과 호흡하며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존 케이지가 소음과 침묵도 음악에 도입하듯 워홀은 돈, 기계, 깡통, 광고도 미술에 포함시키는 등 어떤 재료이든 그의 손길을 가치면 예술로 재탄생하였다. 심지어 1972년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후 마오 같은 지도자나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 등도 맘껏 그렸다.

사실 60~70년대 미국은 히피, 반전, 흑인, 여성, 인권운동 등이 일어났고 나라는 이상과 열정의 에너지가 곳곳에 넘쳐흐르던 때였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자 미국인은 크게 고무되어 자부심을 되찾으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다. 이런 시기에 워홀이 나타난 것 역시 우연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워홀은 예술가이면서도 사업가였다. 그에게 광고와 예술은 구별이 없다. 소비생활도 미술의 소재가 된다. 그런 면에서 그는 가장 미국적 작가라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도 백남준이라는 전위예술의 거장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았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워홀이 요셉 보이스는 그렸지만 백남준을 그리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백남준이 “팝아트를 죽여라”라고 객쩍은 비난의 소리를 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홀은 고급예술의 대중화와 기계화로, 백남준은 첨단과학의 인간화와 예술화로 세계미술사에 가장 큰 공적을 남겼다. 그리고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똑같이 대중과 소통하는 것을 중시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앤디 워홀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는 4월 4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같은 화가로써도 감개가 무량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전시되는 그림도 우리들과 친숙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마릴린 먼로 등 세계명사 110여 점을 비롯하여 캠벨수프 등 102점과 사진, 기록물 283점 등 총 385점 그리고 워홀이 수집한 580개의 상자 중 2개 분량도 공개된다고 한다.

여력이 된다면 직접 가서 한 번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 예술은 일상의 세계를 재발견 해 또 다른 행복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결코 시간과 물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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