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해외선교를 할 수 있어 행복”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호탕한 웃음과 함께 반갑게 인터뷰에 응해준 김재구 목사, 그는 제철제품컨테이너부두에 입항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복음의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뒤늦게 시작한 선교, 행복에 젖어 삽니다”
김목사는 48세 늦은 나이에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24년간 해군에서 근무하다가 신학공부를 늦게 시작했어요. 한참 광양제철소가 건설될 즈음 사업차 85년 광양으로 오게 됐고 제철부두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부두는 외국선원들이 원료 등을 싣고 많이 들어옵니다. 그들은 바다와 싸우다가 뭍에 오면 마음 놓고 쉴 공간을 찾는데 그런 곳이 광양은 없습니다. 가장 큰 불편사항은 언어, 교통, 숙소불편, 쇼핑할 곳이 없다는 점 등 다양한 불편사항들을 나열하더군요. 그들을 돕다가 선교활동도 겸해야겠다 싶어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20여 개국의 언어로 제작된 전도지와 성경책을 나눠주며 그리스도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김목사는 1994년 3월에 광양외항선교회를 설립했다.
“신학공부를 마치고 경기도 일산에 개척교회를 설립할 계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식구들 모두 기도 중에 광양에서 선교사로 일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이사 짐을 싸서 곧바로 광양으로 내려왔습니다.

부산에서 한국선원선교회 설립 목사님이 찾아 왔더군요. 물론 전혀 모르는 분이었지요. 그 분의 권유로 외항선교회 설립을 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제품컨테이너부두에 있는 복지회관에 설립된 광양외항선교회, 이곳은 중국을 비롯해 필리핀, 러시아 등 세계에서 입항하는 선원들에게 손발이 되어 주는 보호처이기도 하다.

아내 덕에 선교할 수 있어 늘 감사
김목사는 사재와 아내(소영자 대광교회장로)의 수익금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선교를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아내가 식당과 슈퍼마켓을 운영해 선교비로 내놓습니다. 아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파열 되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교통 사고를 당해 장애인 판정이 내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마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돈이 있어 시작한 선교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다는 김목사, 현재 제품부두에 있는 복지회관에는 문화공간을 비롯해 실내스포츠 시설, 예배실, 휴게실 등이 있다.

‘Mission house’란 현판 달고 선교사들에게 무료 숙소 제공
그는 광양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선교 목사가 무슨 돈이 있어서 좋은 집에 살까’ 라고 의문을 가진 분들이 있겠지만 아들이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집을 장만해 준 것.

“아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를 했어요. 유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이 유학 때 봐왔던 서구형 목조 주택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NO를 했지요. 교회 재정이 어렵고, 목사는 좋은 집이 필요치 않다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랬더니 고생만한 아버지를 위해 좋은 집 마련해 주고 싶은 것이 소망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다음에 제가 와서 살테니 아버지가 임시로 사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흐뭇하고 대견스러워 허락했지요. 집이 지어지는 동안 기도 제목은 ‘이 집이 완공되면 주님 영광 위해 쓰여지는 도구가 되게 하소서’였습니다. 완공되자 ‘Mission house’란 현판을 달고 외국선교사는 물론 전국에서 선교하러 오는 분들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입주해서 지금까지 그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간 이들은 200여명이 넘는다. 그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숙소 2층으로 안내하며 “집에서 쉬고 간 분들은 물론 구경하겠다고 찾아온 사람들도 많아 차 대접을 하다 보니 전교가 되더라”며 활짝 웃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랑, 그 사역에 행복
광양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쉼을 제공하고 있는 김목사, 그의 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항구에 접하면 국내 선원들은 그리운 가족들을 찾아가지만 고국을 멀리 떠나와 있는 외국선원들은 정박기간 동안 선박과 부두를 전전하면서 관심 가져줄 사람을 찾고 새로운 것을 접해보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외국선원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세계선교와 국위선양, 민간외교, 지역홍보까지 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외항선교회 일입니다”

외항선교회 봉사활동으로는 국제친교, 긴급환자 후송과 치료지원, 차량수송지원, 인근 무료관광, 국제우편대행, 환전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돕고 있다.
“광양항에 입항하는 외항선은 대부분 철광석이나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입항하여 출항 시에는 제조된 철강을 싣고 갑니다. 그들의 배에 저는 복음을 실어주지요. 꼭 해외로 나가서 하는 것만이 해외선교가 아닙니다”

40여 개국 외국인 선원들 약 2만 여명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있는 그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해외선교를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외항선교회 사역이다. 대광교회 신정목사님과 성도들이 많은 봉사와 사랑을 함께 해주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람을 사귀면서 상대방이 자기에게 유익할 수 있는지 염두해 두지 말고 자기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봉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라”는 대광교회 협동목사이기도 한 그의 말을 가만히 되새겨 본다.

조경심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