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배워 행복해요”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상 차리기는 한국 주부들에게도 아주 복잡하고 힘든 일이지만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고민은 더 심하다. 아직 음식 만드는 것은 서툴지만 한국인으로 즐겁게 살아가는 에비사와 치나쯔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머니 손맛 따라가려면 아직 멀어
“제가 원래 음식 솜씨가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한국 음식은 아직도 서툴러서 명절이면 시어머님이 다 준비를 합니다. 배우려고 열심히 따라 해보지만 김치나 나물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요” 9남매의 둘째 며느리라는 그는 김치 담그기에 몇 번 도전했으나 김치의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너무 어렵다며 제대로 맛을 내는 비법을 어머니께 배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구정을 지내지만 일본은 신정을 지냅니다. 또 일본은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는데 한국은 차례상 차리기가 까다로워 옆에서 거들어만 줍니다”
무남독녀인 그는 명절이 돌아오면 어머니와 고향이 그리운 게 사실이란다.
“한국에 온지 올해 10년 됐어요. 10년 동안 3번 고향을 방문했습니다. 어머니 혼자 계셔서 그리울 때가 많아요.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중마동에 살고 있는 그는 일본에서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교회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며 올해는 가족과 함께 어머니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언어 소통이 가장 힘들다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말이 서툴러 제대로 의사전달이 안될 때 가장 답답하다고 한다. “제 생각하고 말이 다르게 표현되어 오해를 살 때 외국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또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이름이 나오는데 주민등록증이 없어 주민등록등본으로는 본인 증명이 안 될 때 불편함이 많아요. 증명하기 위해 남편 데려 오라고 할 때는 외국인의 설움과 함께 마치 장애인 같은 존재감이 들기도 해요. 또 인터넷을 이용할 때 가입이 불가능합니다. 외국인으로 등록하면 되겠지만 사는 곳이 한국인데 그럴 수도 없어 불편함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한국 이름으로 개명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욕이 말이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반가워서 또는 보통 하는 말에 욕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잘 몰랐을 때는 보통 쓰이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욕을 자연스럽게 쓰더군요”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가정 주부들은 자칫 필요한 말인 줄 알고 배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격증은 곧 나의 꿈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일본어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리고 한자능력시험과 한국어능력시험도 합격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한자를 잘 알아야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아 한자 공부를 했습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인 그는 일어를 필요로 하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 한국어 실력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 비췄다.
“작년에 제 소원이 한국무용에서 상을 타는 것과 한자시험에 합격하는 것이었는데 두 가지 꿈을 다 이뤘어요”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가며 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자주하며 하고 싶은 일을 이룰 때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합니다. 자기를 인정하고 아끼며 사랑할 줄 알아야 큰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무용을 배워 행복하다
에비사와 치나쯔씨가 한국무용을 배운지는 3년 됐다. 한국을 깊숙이 알고 싶어서 국악협회 문을 두드렸는데 상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한다.
“김천예술제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 광양시국악협회에서 특별상 등 개인상을 비롯해 광양국악협회 회원들과 출전한 각종 경연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았어요.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제대로 받아들여 한국 무용에 빠져 있을 때 내가 한국사람이구나 싶어요. 광양국악협회 선생님과 언니들 덕분이에요. 늘 칭찬해주고 감싸주거든요. 그래서 용기가 생깁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그는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한국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상을 받았을 때는 “전생에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에 섰을 때는 한국인으로 거듭나는 기쁨에 뿌듯합니다. 제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해보라고 끝까지 격려하며 춤을 가르쳐준 광양국악협회 박일자 선생님에게 감사해요. 더 열심히 배워 보답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광양에 일본어 학원을 운영하고 싶다는 그는 한국인 장점으로는 정이 많은 것을 꼽았다. 그래서 인간미가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남편이 가장 좋을 때는 제 의사를 존중해줄 때입니다. 제게 간섭하기보다는 하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줍니다. 정이 많은 남편 덕분에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그를 만나며 타국에서의 어려움이 언듯언듯 느껴졌다. 그가 꾸는 많은 꿈들이 이루어져 한국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조경심 기자  -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