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기 용 광양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매니페스토는 과거 헛공약에서 벗어나 실현 가능한 참공약을 선거풍토에 도입하자는 선거문화 개혁운동 차원에서 2006년 지방선거 때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엔 매니페스토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는 주장에 따라 매니페스토를 대체할 우리나라 말을 공모하여 “참공약 선택하기”로 결정해 사용했으나 정책제시·검증 등 하나의 사이클을 이루는 매니페스토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 대통령선거부터 “매니페스토”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다섯 단계의 순환주기를 갖는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에 당선된 후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정책약속으로서 목표, 기한, 방법, 제원 마련은 물론 추진 우선순위까지 정하여 제시하면 이에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당선자는 임기중 공약을 성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는 19세기 영국에서 유래하여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매니페스토 발표 후 집권에 성공함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2003년 일본 지방선거에서 매니페스토 공약을 제시한 정치신인 마쓰자와 시게후미 후보자가 매니페스토 공약을 공표해 당선되어 후보자와 유권자가“부탁”이 아닌 “계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정착했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이런 순기능적인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도입초기라 우리나라 정치토양에 적응시키기에는 몇 가지 개선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드러났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한국형 매니페스토 정착을 위한 각 주체별로 살펴보면, 첫째로 후보자측면에서 보면 선거구가 작을수록 매니페스토에 의한 공약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에 호소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중선거구제에 따라 조직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거법도 후보자·유권자 중심으로 개정되었다. 그 예로 자치단체장선거의 경우 예비후보자 정책공약집 판매와 후보자의 선거공약서의 배부, TV토론 및 대담ㆍ토론회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선거의 장이 마련되어 이번 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사람은 준비단계부터 선거구의 지역현안에 대한 의제를 개발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발굴하여 제시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둘째, 유권자측면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선거에 무관심하거나 연고주의에 얽혀 투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언론ㆍ시민단체 및 선관위측이다. 정당·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정책선거로 이끌어 내지 못했고, 공약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 제시가 부족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 있어 외형적으로는 돈 선거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으나 선거의 내용면에서는 여전히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관계와 비방·흑색선전 등의 방법으로 당선에 의존하려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국민통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선거가 오히려 정치불신을 불러일으키고 국민간·지역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이러한 잘못된 선거관행을 정책본위의 매니페스토 선거로 단절시켜야하고 선거는 정책에 의한 선택이고 정책 추진 역량과 자질에 의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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