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지금만큼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봉사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 아름다운 삶을 살기엔 결코 쉽지가 않다. 봉사자의 길을 걸어오며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미소짓는 사람, 삶의 향기를 곱게 피워내는 최덕자씨를 취재했다.

축하합니다 라는 인사가 가장 쑥스러워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주최로 전북 전주시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2009 전국 자원봉사자 대회’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최덕자씨, 그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요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쑥스럽다는 생각이라고 겸손한 웃음을 웃는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물론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저보다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하고 특별하게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만큼 열심히 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하려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 오래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선다는 그의 일상생활은 곧 봉사다.
“매주 월요일은 실로암 식구들과 만나는 날입니다. 그 곳에서 한나절 내내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어요. 반찬은 실로암 장애인들과 독거노인들께 배달됩니다. 제가 만든 반찬을 드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월요일 뿐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하면 또 장애인들의 특별한 외출이 있는 날이면 그들 곁에 언제나 함께 한다.

“장애자들은 혼자서는 어디든 갈 수가 없어 누군가가 함께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제가 할 뿐이지요.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거진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종갓집 맏며느리, 매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이겨내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봄 가을은 거의 매일 행사 지원을 나가는 봉사 맨, 그런 그는 종갓집 맏며느리다.
“맏며느리라 암으로 고생하시는 시아버지를 모시게 됐어요. 어르신 모실 생각에 미리 어깨가 아파오고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날마다 오늘이 아버지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라는 생각을 하고부터 거짓말처럼 하루하루가 너무 간절하고 잘하게 되더군요.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후회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모셨거든요”

종갓집 맏며느리인 그는 제사, 명절에는 사촌들까지 대 가족이 모이기 때문에 일년 내내 느긋한 날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사촌 여동생이 아이를 낳았는데 산후 조리해줄 사람이 없어 저희 집에 와 있어요. 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려고 해요” 맏며느리 만으로도 삶이 버거울 텐데 도대체 그의 사랑은 어디까지 일까!

장애인 체육대회, 제주도 캠프 등이 기억에 남아
“지난 9월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기간 동안 매일 수화 봉사를 했어요. 장애인들 경기는 일반인 없이는 치룰 수 없기에 자원봉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함께 체육대회를 하는 착각을 했을 정도로 열정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또 올 여름 제주도로 2박 3일간 40여명의 장애인들과 캠핑 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대부분 제주도를 처음 가본 장애인들이라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들을 신나게 해 주려면 봉사자들이 두 배로 뛰어야 합니다. 한 여름이라 땀을 비오 듯 흘리면서도 그들이 함박 웃음을 웃을 때는 힘든 줄도 모릅니다. 낮에는 휠체어를 밀어 주고 설명하는 일을, 저녁엔 목욕시켜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애틋한 나의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봉사가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을 하며 사심이 들어가거나 보이기 위한 것 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가족 모두 봉사로 똘똘 뭉쳐
“장애인들과 제주도를 간다 하니 남편(이병욱, 광양제철소 설비기술부)이 걱정됐던가 봐요. 휴가를 내서 함께 가주더군요. 남편하고 같이 다니는 곳이 하나, 둘 늘 때마다 뿌듯해지고 기쁨이 배가 됩니다. 아사모디딤돌(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디딤돌) 봉사단체는 부부가 함께 하고 있어요.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고 그런 마음들을 서로 느끼고 공감할 때 봉사의 참 맛을 느낍니다”

그의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일에 발을 들여 놓았다. 딸은 사회복지학을 부전공으로 택해 봉사 일을 하고 아들 역시 학생 포스코 봉사단으로 뽑혀 모금활동은 물론 인도에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다녀왔으며 고등학교 때 전국학생봉사자대회에서 표창을 받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서울시장으로부터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2000시간 넘는 봉사활동, 그가 있기에 따듯하다
나들이 가는 시간 보다 가족과 봉사 가는 시간이 더 즐겁다는 그가 지금까지 해온 봉사활동은 장애인관련 행사 지원, 복지시설 급식 및 반찬배달, 농아인단체 업무지원, 노인, 복지시설 봉사활동 및 태인동 나눔의 집 급식봉사 등 그동안 20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실천으로 유공자로 선정돼 수상하게 됐다.
‘작은 손, 따뜻한 마음’ 수화통역 봉사단체에서는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최덕자씨, “좋아서 작은 일을 했을 뿐인데...” 라며 빙그레 웃는 그를 취재하며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바로 이런 사람이구나’ 싶었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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