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힘은 너무 강하다. 그래서 아무도 이길 수가 없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죽음뿐이다. 욕망은 삶을 이루는 인자(因子)와 같다. 현실은 끝없는 욕망을 요구한다. 욕망이 없으면 삶도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욕망이 시키는 대로 산다면 삶은 파괴된다. 그래서 욕망 다스리기에 나서게 된다. 종교와 도덕은 욕망을 제어하는 장치로써 제 기능을 감당한다.

하지만 욕망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히스테리에 빠지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중적인 성격을 갖기 쉽다. 죄책감은 다름 아닌, 욕망과 현실이 하나 되지 못해 만들어 내는 실루엣과 같다. 가장 어리석은 일은 욕망을 추방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믿음이다. 그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고 감시하는 간수(看守)쟁이가 된다. 욕망은 추방한다고 해서 추방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욕망은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욕망을 낳고 욕망은 다시 결핍을 낳게 되는데, 이런 반복 속에서 살다가 인간은 죽게 된다. 필자는 버지니아라는 술집 간판을 본 순간, 현대인들의 욕망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 속의 여인은 에로틱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강한 결핍을 엿보게 한다. 찰라(刹那)에 불과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욕망에 동참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역시 결핍을 확인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자크 라캉도 주체는 결핍이요, 욕망은 환유(換喩)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바라는 것이 없으면 욕망도 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욕망하고 있을 뿐이다. 욕망의 발화점을 낮추고 높이는 것은 평소 욕망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하는 자기의 태도에 달려있다. 욕망은 우리를 파괴할 수 있고 창조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명령을 내리는 주체자는 자기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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