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이제 한 해도 한 달 남았구나. 이렇게 달랑 한 장 남겨 두고 있는 달력을 보고 있노라니 인생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나도 70줄을 바라보고 있구나. 정말 총알처럼 빨리 흘러가는 게 인생이지 싶다.

누군들 한 때 청춘이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만, 아무 생각 없이 삶을 낭비하고 살아가는 청춘을 보면 그저 안타가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젊을 때는 마냥 시간이 남아도는 것처럼 생각해 미래의 시간을 가불해서 쓰기도 한다. 그래서 때를 잘 분간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를 하지만, 이 말 뜻을 알아듣는 젊은이 역시 드물지 싶다. 도연명이라는 유명한 시인도 세월부대인이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盛年不重來(성년불중래)하고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하니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하랴.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이라! 굳이 풀이하자면 이렇다. ‘젊음은 다시 오지 않고/ 새벽도 하루에 두 번 올 수 없으니/ 때에 맞추어 힘써 공부하고 일하세/무심한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네’ 그러나 과연 몇 명의 사람이나 이 詩에 공감할지 미지수지만, 복된 귀가 있는 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젊었을 때는 과연 나의 때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면서 보냈다. 그래서 물리학에서 신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급기야 성직자라는 다소 감당하기 힘든 직업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내가 물리학에서 전공과를 신학으로 바꾸게 된 것도 삶의 존재 이유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또 공부를 한다고 해도 인생의 비밀은 알 수가 없었다. 하늘의 천체를 연구하고 달과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계산하는 등 심오한 우주의 원리를 연구해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은 좀처럼 내릴 수 없어 참 많이 방황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좀 더 인간다운 삶의 자세를 견지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묻는 다는 것은 곧 당신이 누구이며 또 내 이웃이 누구인지 묻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묻는 다는 것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기주의자들은 잘 묻지 않는다. 나 외에 관심이 별로 없는데 무엇을 묻는단 말인가. 며칠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통해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그 본질은 전혀 다른데 있었다. 순전히 4대강 사업의 타당성과 왜 세종시에 대해 반대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변병의 일색이었다. 그런 것은 대화가 아니라 은근한 협박이다. 물음이 없고 치열한 논쟁이 없는 대화나 토론은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하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잘 묻지 않는다고 한다. 구태여 해답도 없는 데 물어서 뭐하겠느냐는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현행 교육 풍토가 그런 성향의 젊은이들을 많이 양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또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 동안도 잘 살아왔건 못살아왔건 마무리를 잘해야 삶의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마무리를 잘 하자는 뜻에서 김구선생님이 좋아했다는 서산대사의 시로 이 글을 마친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지금 당신의 발걸음은 어떠신지?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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