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대다수의 사람은 동음이의(同音異義)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혹은 헷갈려 할 때가 많을 것이다. 필자 역시 글을 쓰다 보면 아리송해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종종 있다.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단풍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이때는 어떤 감상을 말하는지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을 것이다. 자, 다음 중에 골라보기 바란다. 감상(感想)? 감상(感傷)? 감상(鑑賞)? 그렇다. 그럴 때는 감상(鑑賞)이 맞는 표현이다. 감상(鑑賞)은 주로 아름다운 경치나 예술작품을 즐기고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감상(感傷)은 하찮은 일에도 쓸쓸하고 슬퍼져서 마음이 상한다는 뜻이고, 감상(感想)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멋진 그림과 조각을 보았다면 감상(鑑賞)이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면 감상(感想)이다. 이처럼 말은 제각기 자기 뜻에 맞는 옷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냥 자기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우(愚)를 범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니, 영어단어는 죽어라 외우고 다니면서 우리말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또 딴지를 걸고 싶은 사람도 더러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한자가 우리말이냐고. 이런 사람에게는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자는 중국말이 아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써온 우리식의 말이 한자다.

#호흡(呼吸)이라는 한자를 예로 하나 들어보자. 중국 사람들은 ‘후시’라고 발음하지 우리처럼 ‘호흡’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모든 발음이 그렇다. 우리는 우리식으로 발음했고 우리식으로 표기를 했다. 그런데도 자꾸 중국말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 정 그렇다면 동방문자라고 표기해야 맞는 표현이다. 다만 흩어진 한자를 한나라 때 모두 집대성해 재구성했기 때문에 한자라고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다. 그리고 말이란 쉽게 의사소통을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 또 개중(個中)에는 순수한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고집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 당연하다. 그러나 순수한 우리말도 다시 공부해야만 제대로 쓸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중에 나가 순수한 우리말 사전을 펼쳐보면, 필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써온 우리말을 더욱더 세밀하게 갈고 다듬어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이익이다. 어느 회의 모임에 참석을 했더니 재적(在籍)을 제적(除籍)으로 말하고 쓰는 것을 보고 실소(失笑)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재적은 출석부에 올라 있다는 뜻이요, 제적은 이름을 삭제하는 뜻이다. 아무렴 좋다.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언제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써가면서 살겠는가. 감상(感想)이든 감상(鑑賞)이든 내 마음 가는 대로 가을을 느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딴은 맞는 말이다. 가을이 점점 여물어 가고 있다. 눈으로 많이 감상(鑑賞)하고 또 마음으로 감상(感想)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아름다운 순간은 늘 짧게 마련이니까.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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