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 옥 조선대경영대학원장

“아무도 행복한 사람은 없다. 만약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술 취한 사람이거나 미친 사람일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적인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깊이를 헤아려 보면 상당 부분 동의를 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108 번뇌를 가지고 살아가는 고통이라고 불교는 가르친다. 그렇다면 왜 인생을 고통이라고 했을까? 한마디로 상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게 되고 저것이 작용하므로 이것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인연의 법칙이 그것이다. 사실 상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고통도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고통을 통해 인간은 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 80%가 삶은 하나의 고통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고 한다. 문제는 고통이 역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고통도 순기능이 있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은 고통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세계인의 행복지수가 발표된 적이 있는데 대부분 가난한 제3국가들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경쟁에 내 몰리지 않고 돈을 벌어 부를 획득해야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은 내세(來世)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어려움도 신의 뜻이라고 받아드리는 운명론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인생의 고(苦)는 탐(貪)·진(嗔)·치(痴)에서 온다고 가르쳤다. 탐(貪)은 욕심이다. 인간은 유한(有限)한 세상에 살면서 무한(無限)한 것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욕망을 키우면 욕망이 나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을 고통으로 이끈다. 탐이 지나치면 이성을 흐리게 만드는 법이다. 그래서 작금에 일어나는 모든 범죄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에서 발생하고 있다. 명심보감에 무탐즉우(無貪則憂)라는 구절이 있다. 탐하는 욕심이 없으면 근심도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욕망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嗔)은 성내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표현으로 조급성을 꼽는다. 그래서 한국을 빨리 빨리 문화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을까? 아니면 역사성 때문일까? 어떻든 참지 못하는 성질을 대물림 하고 있다. 성질이 있다는 것은 반대로 잘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때로 화는 에너지라 함부로 쓰지 말고 잘 간직하면 훌륭한 에너지가 된다. 물론 살면서 전혀 화를 내지 않을 수 는 없겠지만, 그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성숙한 마음도 중요하다. 그래서 일근천하무난사 (一勤天下無難事)요, 백인당중유태화 (百忍堂中有泰和)고 했다.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고, 백번 참으면 집안에 큰 평화가 있다는 말이다. 아니,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치(痴)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어리석다는 말은 ‘얼’즉, 정신(精神)에서 나온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어리석을 치(痴)자를 드려다 보면 알 지(知) 자에 병들 녁 부수가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만 최고요, 나만 절대라고 하는 것처럼 큰 병도 없다. 그러나 상대가 없으면 내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할 때 진정한 나의 정체성도 성립하게 되는 법이다.

요즘 세태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더불어 공존하면서 살아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법이다. 힘들수록 ‘당신 때문에 나는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하고 고백한다면 우리는 그만큼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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