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역사의 시작, 백운산을 찾아

일찍이 어사 박문수는 조선지 전라도요, 전라지 광양이라며, 광양을 조선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고을로 꼽았다. 이중 사람들은 광양의 가장 아름다운 곳을 희양 10경이라는 불렀으며, 10경 중 단연 으뜸은 백운산으로 꼽고 있다.

또 완재 박현모 선생은 희양 10경이라는 시를 짓고 백운산은 운산청람(雲山晴嵐)/연봉첩첩 작층병(連峰疊疊 作層輧)/상계허명 하계청(上界虛明 下界靑)/시기여연 종사해(始起如烟 縱似海)/천공조화 부산영(天工造化 付山靈)으로 ‘백운산의 고운 아지랑이/ 연이은 산봉우리들 겹겹이 병풍을 둘렀으니/ 위아래가 밝고 푸르기만 하구나!/처음에는 연기 같더니 마침내 바다를 이루었으니/하나님의 조화는 산신령에게 부쳤구나!’로 백운산의 아름다운 장관을 시로써 묘사했다.

3가지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백운산
백운산은 백두산∼금강산∼태백산∼속리산∼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에서 마이산∼내장산∼무등산∼제암산∼조계산 등과 이어지는 호남정맥의 끝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영산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백운산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3정이다. 이 이야기는 예부터 전남도 광양은 봉황, 여우, 돼지의 세 가지 영험한 기운 덕에 인물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봉황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사람은 신재 최산두 선생으로 1482년(성종13년) 봉강면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 북두칠성의 광체가 백운산에 내린 까닭으로 산두(山斗)라 이름 했으며, ‘산(山)’자는 백운산의 정기를 ‘두(斗)’자는 북두칠성의 정기를 뜻했다고 한다.

백운산과 관련된 최산두 선생의 일화로는 소년시절 학사대에서 10년을 계획하고 공부하다 8년만에 바위굴에서 나오면서 우뚝 솟은 백운산에 대한 감흥을 ‘태산압후천무북(泰山壓後天無北)태산이 뒤를 덮어 하늘엔 북쪽이 안 보이고’라고 한 후 다음 구절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초동이 나타나 ‘대해당전지실남(大海當煎地失南)큰 바다가 눈앞에 있어 땅엔 남쪽이 없다’라며 공부를 더 하라는 의미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에 자극을 받은 소년 최산두는 10여년을 마저 채우고 학문을 완성했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이후 그는 학사대에서 10년간 공부한 것을 토대로 1504년(22세) 진사에 올랐고, 1513년(31세)에는 별시문과에 급제했다. 이후 조광조를 비롯한 당대의 대학자들과 사귀면서 실력을 쌓아 빼어난 문장과 덕행으로써 홍문관을 거쳐 호당에 올랐다.

하지만, 최산두 선생은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정치가 어지러워 과감한 개혁이 필요로 했던 시대에 바른말, 바른 행동으로 37세에 기묘사화로 화순에 유배당한 후 후진양성에 전념했다. 이후 15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3년 후인 1536년 53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현재 선생의 유적으로는 옥룡면 동곡리 계곡에 소년시절 10년 동안 공부한 석굴 학사대와 광양읍 우산리에 위패를 모신 봉양사 등이 있다.

백운산의 역사·문화 연구 필요

한편 여우의 정기는 고려 때 옥룡 초암부락에서 태어난 월애부인이다. 월애부인은 뛰어난 미색으로 고려때 몽고국에 궁녀로 뽑혀갔다고 하며, 고운 자태와 지혜로운 행실로 왕비로 간택됐다. 이후 월애부인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려를 돕는 일에 앞장서 고려의 여러 가지 어려운 청탁을 도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해서였는지 아직도 백운산 아래 초암마을은 월애촌이라도 불리 고 있다.

3가지 중 마지막 정기는 돼지로 아직 정기를 받은 사람이 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정기를 받은 사람은 옛날 중국의 석숭과 같은 큰 부자가 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광양항 등 국가 기간산업이 들어서면서 돼지의 정기가 현재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백운산과 관련된 이야기로는 신라 4대 고승 중 하나인 도선국사로 백운산의 신령스런 기운을 제일 먼저 알아본 걸로 알려져 있다.

도선국사는 풍수설의 대가로 옥룡사에 터를 잡고 35년간 머물면서 수많은 제자를 키워 일명 ‘옥룡사파’라는 사문을 창시하기도 했으며, 태조 왕건의 청년시절 건국에 필요한 덕과 지략을 가르치기도 했다.
정다임 백운산 자연휴양림 숲 해설가는 “백운산의 역사·문화적 이야기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다”며 “백운산에 대한 역사·문화적인 연구들이 이뤄져 최근에 발견된 황제바위 등과 함께 다양한 백운산의 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등이 연구돼 백운산이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산으로 기억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백운산은 남도의 영산을 넘어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와 음이온 등이 풍부해 많은 환자들이 백운산을 찾아 휴식과 삼림욕을 즐기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백운산의 품에 안겨 몸과 마음,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운산이 광양 100선의 첫 번째 이야기가 됐다. 앞으로 1년여간 광양의 문화·역사적인 명소를 찾아 소개할 예정이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하는 일은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들로 지역이 없는 삶은 영혼 없는 삶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광양시는 새로운 지역민들과 융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의 존재는 점점 사라지고, 자신 개인만이 존재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어 광양에 대한 애향심이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광양 100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통해 광양 지역의 역사적 흔적들과 아름다운 100선을 소개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이 높아지길 바란다.

이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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