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路)은 사색으로 들어가는 입구

#창 밖을 보니, 나도 모르게 ‘어, 벌써?’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어느 사이에 나뭇잎은 저리도 곱게 단풍으로 물들었을꼬. 계절은 복잡한 인간사와 아무런 관계없이 잘도 오가는구나. 며칠만 있으면 이곳 백운산도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겠지? 가을이 깊어 그런지 밤에 우는 풀벌레 소리조차 가슴을 쓰리게 만든다. 저들도 가야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본능적으로 그렇게 울어대는지 모른다. 그래서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했으리라.

#사색(思索)이란 ‘생각(思)을 적극적으로 찾는(索)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사색이라는 말에 상당히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거 또한 사실이다. 생활 구조가 사색을 하지 못하게끔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홀로 있을라치면 마음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홀로 생각하는 습성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늘 무엇인가를 찾아 끊임없이 헤매게 된다.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 싶다.

# 필자 역시 그런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해 늘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렇다 해도 내면의 깊이로 들어가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색도 자꾸 연습하다 보면 몸에 익게 되는 법이다. 생각할 사(思)자에 밭 전(田) 자가 들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다. 우리 마음은 밭과 같아서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그러므로 올 가을에는 나를 찾아 길을 떠나 보면 어떨까 싶다. 굳이 먼 길이 아니더라도 좋다. 가까운 오솔길을 홀로 걸어보는 것도 사색을 위해 안성맞춤이지 싶다.

#오솔길은 사색으로 들어가는 입구요, ‘자연산 비타민’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성분이 우리 생각을 더욱더 맑게 해 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철학가는 산책을 통해 사색의 깊이로 들어간 사람이었다. 필자도 이 글을 마치고 나면 가까운 공원 산책길이라도 걸어 볼 작정이다. 길은 헝클어진 마음을 정리하게 만드는 신비한 마법을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도인(道人)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사람도 결국은 길을 걷는 자에 다름 아니다. 걸을 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되는 법이다. 그래도 다행한 일은 요즘 지자체마다 ‘둘레길’을 만들어 걷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이 답답하고 막막하다면 무조건 길은 찾아 나서보라. 비록 사람이 길을 만들었지만, 그 길은 다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럴 때, 길(路)은 길(吉)이 되어 그대를 반겨 줄 것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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