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 수 하늘씨앗교회 목사

나는 미국에서 20여년 넘는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국식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문화적인 힘은 이처럼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생각과 습성까지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국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해외 한국 주재 신문을 구독했다. 그럴 때 느끼는 향수는 말로 다 설명할 수가 없다. 날마다 영어권 문화 속에서 살다가 한글이 기록된 모국어 신문만 보아도 왜 그렇게 행복하던지.

그래서 나는 어떤 신문이 되었건 소중히 읽고 간직하는 습성을 몸에 익히게 됐다. 신문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신문의 사실성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100%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할 수가 없을 뿐더러, 결국은 기자가 지니고 있는 인문학적인 깊이가 기사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일본 기자의 입장과 우리나라 기자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기자는 단순히 안중근 의사를 테러분자로 몰아가겠지만, 한국 기자는 일제의 식민지에 대한 부당성까지 보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성의 기사보다는 진실성의 기사가 더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실성의 깊이도 결국 기자가 지니고 있는 의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다. 기자들은 일반 대중들이 볼 수 없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눈은 바로 독서를 통해서 키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독서는 편협한 사고를 바로 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기사를 위해서라도 독서는 기자의 주식이 되어야 한다. 깊이가 부족하게 되면 기사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독자도 감소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신문이 하루아침에 그런 수준에까지 도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지역 신문을 대하는 독자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지역 신문은 지역민들이 십시일반 참여 할 때 더 좋은 신문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공공시설 하나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신문을 지원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는 훨씬 바람직한 투자다. 당장 눈에 뛰지는 않지만, 결국 잘 만든 지역 신문이 그 지역을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까지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 신문도 단순히 사건만 전달하는 기능 보다는 자체적인 스토리텔링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영문서적을 번역해 오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닫고 있다. 요즘 신문의 흐름도 스트레이트나 피처 기사 보다 스토리텔링 기사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신문도 변하는 시대의 트랜드(방향)를 잘 읽고 그때그때 유기적으로 대처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신문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큰돈벌이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정신을 구현해 가는 발행인에게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자기 고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은 역시 그 고장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것인데 신문이야 말로 내 고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교과서라고 볼 수 있다.

필자도 그동안 광양경제신문에 짬짬이 글을 기고하면서 많은 독자들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영광을 얻었는데 이렇게 3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도 감개무량하기 그지없다. 무슨 일이든지 3일이 힘든 법이고 또 3년이 고비라고 하는데, 광양경제신문이 그동안의 크고 작은 어려운 일을 모두 극복하고 이렇게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자리 매김하게 됨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가는 길도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말로, 남이 보기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의 심정으로 꾸준히 정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 마지않는다. 나는 아직도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기자들의 펜이 무디어지기 시작하면 그 사회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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