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 옥 조선대경영대학원장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보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청문회 자리에만 섰다하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겉으로는 청렴해 보여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을 금치 못할 사람들이 너무 많음을 목격하고 대 실망을 하게 된다. 물론,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 실수와 잘못이 단순한 애교수준이 아니라 범죄수준이라는데 심각한 고민이 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 끝난 청문회를 보면서 다산 정약용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어린 17세 소년시절부터 73세의 나이로 ‘서경’에 관한 연구서를 마무리할 때까지, 자나 깨나 요순세상을 이룩하자는 뜻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서경’의 내용이야말로 요순시대의 정치철학이자 유교철학의 핵심인 태평성대를 이룩하려는 이상의 극치었다. 요순세상의 실행을 위한 다산의 방법론이 다름 아닌 ‘목민심서’였다. 관리들의 청렴성 회복이 이상세계로 가는 첩경이라고 여기고 다산은 청렴의 방법을 세세히 기술했다. ‘목민심서’의 큰 항목은 12편인데 각편마다 6조씩이니 도합 72조항이다. 어느 항목인들 값이 높고 중요하지 않으리오마는 핵심 중에도 핵심은 두 번째 편의 두 번째 조항인 청심(淸心)부분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공직자들이 청렴한 마음을 지니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면 세상은 밝아지고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청렴하면 만 가지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한 다산은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청렴을 요구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그의 희망은 1등급의 청렴을 원했으나 그것이 어려우면 2등급, 아니면 3등급의 청렴이라도 좋다고 후퇴하기도 했다.

첫째 등급의 청렴은 어떤 경우일까? 청렴은 세 등급이 있다. 첫째 등급은 ‘봉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먹다가 남은 것은 역시 가지고 집에 돌아가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는 한필의 말로 조촐하게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산의 욕심은 그렇게 무서운 정도였다. 둘째 등급은 ‘봉급 이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고 바르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세 번째의 최하위 등급은 조금 복잡하다 ‘무릎 이미 규례(規例)로 돼 있는 것이라면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지만 규례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시골의 벼슬을 팔지 않으며 재난에 구휼하는 물품은 훔쳐 먹거나 곡식을 번롱하지 않으며, 재판과정에서 죄와 벌을 돈으로 사고팔지 않으며 세금은 더 부과하여 나머지를 착복하지 않는다’하여 범죄행위를 하지만 않아도 청백리에 들어간다고 했다. 청심의 관리, 청백한 공무원, 정말로 멀고 먼 우리의 이상일까? 공무원이 살아있으면 망하지 않는다는 다산의 생각이 현실로 이루어진 나라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세상에서 가장 자원이 없는 나라지만 공무원이 살아 있어 살린 나라다. 다산은 청렴을 방해하는 세 가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열거한다. ‘술·여자·재물’이라는 세 가지의 유혹 때문에 청렴하다는 말을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얀 도포를 입고 부임한 벼슬아치가 어쩌다가 쥐꼬리만한 뇌물에 유혹되어 그 도포에 먹물이 스미면 그 도포는 더러워져 씻을 수 없다며 깨끗하고 청렴한 벼슬아치가 되라고 권하기도 했다.

청렴한 공무원은 물론 그 자녀들에게도 큰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잘 한 일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따를 때, 일하는 재미도 배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자기를 더럽히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자고로 내 마음이 바르면 하늘의 마음 또한 바르다고 했다.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도 맑고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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