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 기자

결국은 일이 이렇게 꼬이는가 보다. 순천시가 일방적으로 행정구역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는 보도를 접한 광양시민들의 분노가 실로 대단하다. 그동안 도시통합을 서둘러온 순천시라 어쩌면 당연한 행보였겠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지 싶다. 그동안 우려했던 대로 광양을 동등한 입장이 아닌 흡수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아마 순천시는 도시규모의 힘을 이용해 어떻게 하든지 광양을 움직여 보려하겠지만, 그것은 오히려 도시간의 갈등만 더 부추긴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니, 차후에 발생할 여러 가지 현안 점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설령 정치적인 힘의 논리 때문에 어쩔 수없이 통합을 한다고 치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는 마치 불행한 결혼생활 보다는 이혼해서 홀로 사는 게 훨씬 바람직한 모습과 같다. 누가 뭐래도 도시 통합의 일차 목적은 시민들의 편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은 통합은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아니면 몇몇 기득권 단체의 배만 불리게 할 공산이 크다. 솔직히 말해보자. 왜 도시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도시규모가 곧 경제규모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견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은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유럽은 오히려 인구 10만 이하인 도시가 수두룩하지만 다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물론, 지리적인 여건과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돼 온 역사적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처음부터 도시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동안 도시통합을 실시했던 지자체들의 현 실태를 분석한 결과, 오히려 통합하기 전보다 시민들의 생활은 더 불편해졌고 시청 살림 또한 훨씬 어려워졌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도시 통합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처럼 서둘러 통합하려고 하는 순천시의 의도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혹시 광양시가 알지 못하고 있는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만든다. 그러므로 순천시는 자충수(自充手)를 두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지금으로써 가장 바람직한 처신이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행정구역 통합건의서를 제출한 그 태도는 오만불손(傲慢不遜)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통합의 장점만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가 많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서로 통합 했을 때,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지표를 가지고 공청회를 열던, 투표를 하던 어느 정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부모 자식 간에 제금 난 살림집을 합치는 것도 어려운데, 하물며 도시 간의 통합을 그렇게 찬물에 밥 말아 먹듯이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일은 아니잖은가.

지금 순천시가 취한 행동은 오히려 도시통합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바늘허리에 실을 묶고 옷을 꿰맬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순천시는 다시 통합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뚜렷한 대안이 나올 때까지 서로 대화하면서 성실하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기다림도 없이 순천시의 욕심만 채우려고 서둘다간 도시 통합은 새로 간에, 아예 통합자체에 대한 논의조차 물 건너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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