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 열 서양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문 앞이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단다. 필자도 꼭 가보고 싶었지만 사정에 의해 못가 보고 그 위대한 작품이 일본으로 다시 가게 되어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층 기획전시실 앞에 S자 모양으로 길게 세 개의 줄이 늘어서 5-6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30초쯤 작품을 보고 왔지만 너무 큰 감격스런 일이었다는 가까운 화우의 자랑이었다.

고국에서 9일간 일반에게 공개하고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하루 몽유도원도가 전시된 <국립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 관람객 8700명이 다녀간 것을 비롯해 지난달 29일 개막이래 7일간 4만7000명이 다녀갔다. 지난 7일 오후 6시 현재 6700명이 다녀갔고, 입장대기를 하고 있는 관람객까지 엄청난 인원이다. 참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대한 관심을 볼 때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몽유도원도는 조선 초기 화가 안견(安堅)의 대표적인 산수화로써 수묵담채로 그렸으며 세로 38.7cm, 가로 106.5 cm의 비단에 안견이 안평대군으로부터 꿈에서 본 도원이야기를 듣고 그린 1447년 작으로 조선시대 회화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제작연대가 알려진 현존하는 조선시대 회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안견의 작품 중 유일하게 진품으로 공인됐으며,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다.

1453년 계유정란 이후 사라진 몽유도원도는 1893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발견됐다. 이후 여러 손을 거쳐 1950년대 초 일본 덴리(天理)대가 구입해 소장하고 있으며 <몽유도원도>는 시·서·화의 세 가지 예술이 종합적으로 구현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최고의 서예가였던 안평대군의 요청을 받아 화가 안견이 그린 그림에 신숙주, 김종서, 박팽년 등 당시의 대표적 문인들의 시문과 글씨가 함께 모여 있다. 특히 몽유도원도는 제작연도(1147년)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산수화라는 점도 중요하며 그림은 실제의 산수도를 왼쪽 앞에 그리고 꿈을 오른쪽 멀리 그리는 비법을 사용 하였는데 안평대군이 안견의 그림을 보고 꿈속에서 본 풍광과 비슷하다고 칭송 해 주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왼편의 현실 세계는 정면에서 보고 그렸으나 오른편의 도원 세계는 부감법을 구사 하였다. 안평대군의 발원문을 인용하면 안견은 이 그림을 3일 만에 완성 하였다고 하며 그 작품에는 안평대군의 제서와 시 한수를 비롯해 당대의 20여명의 고사들이 쓴 20여 편의 찬문이 들어 있다. 그림과 그들의 시 문은 현재 두개의 두루마리로 나뉘어 표구되어 있는데 이들 시 문은 저마다 친필로 되어 있어 그 내용의 문학적 성격은 물론 서예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특징은 그림의 줄거리가 두루마리 그림의 통례와는 달리 왼편 하단에서부터 오른쪽 상단부로 이어지는 화풍으로 이 작품에서 무릉도원의 세계를 표출 하였다는 것이 특성이라 하겠다.

안견은 평소 작품을 많이 그렸는데 안견의 그림들이 일본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길 없다. 지금은 일본의 그 유명한 천리교들의 낙원인 천리시의 천리 대학 참고관 (참고 자료관)에 보관 되어 있다. <몽유도원도>는 한편의 교향시라고 한다. 작품의 기본 축은 오른편 위쪽에서 왼편 아래쪽으로 가로지르는 호쾌한 대각선이고 보조 축으로 오른편 아래에서 왼편 위쪽을 향해 점차 상승하는 대각선이 교차된다. 마치 교향곡에서 서로 다른 두 주제가 겹쳐져 화려장엄하고 내밀한 음상(音象)을 짜 보이듯이, 두 대각선은 서로 복잡다단한 산수의 경관을 내비침으로써 무릉도원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우리 옛 그림의 원근법이 갖는 장점이 잘 드러나 있어 작품을 보면 첫째 깎아지른 높은 산을 아래서 위로 치켜다 본 시각(고원법高遠法)이 있고, 둘째 엇비슷한 높이에서 뒷산을 깊게 비껴 본 시각(심원법深遠法)이 있고, 셋째 높은 곳에서 아래쪽을 폭 넓게 조망한 시각(평원법平遠法)도 있다. 이를 통틀어 옛 그림의 삼원법이라고 한다. 아무튼 우리의 위대한 명화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그림 하나가 빛내는 국가의 위상이 이 정도라 하니, 새삼 화가가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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