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평 섭 국민은행 동광양지점장

어떤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고자 할 때 보통 속담이나 격언 등을 인용하게 되는데 나날이 지능화되고 조직화되는 범죄수법들을 보며 떠오르는 말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이다. 그 중 몇 해 전에 등장한 ‘보이스 피싱’ 사기수법은 너무도 다양하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우리를 계속 ‘뛰는 놈’심지어는 ‘기는 놈’수준으로 머물게 한다.

보이스피싱은 나와 가족들이 당하기 전까지는 피해자의 부주의와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우체국에 택배가 도착 되었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카드를 부정사용 했습니다” “사기범죄에 연루 되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보이스피싱의 작업멘트들이다. 이처럼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를 빼내가거나 자금이체 등의 방법으로 현금을 편취해가는 전화금융사기수법이 보이스피싱이다. 2006년 6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피해액이 1888억에 이르고 지난 한 해 동안 “110정부민원안내콜센터”에 접수된 보이스피싱사례만 7만3000여 건에 이른다하니 가히 보이스피싱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어떻게 이런 전화사기에 당하는 국민이 이렇게 많을까 안타깝기도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자녀를 납치하고 있는데 돈을 계좌이체 해야 보내주겠다니 차분히 이것저것 따져가며 대처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부정 발급된 내 카드로 백화점에서 사용이 되고 계좌에서 돈이 인출될 수 있다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은행 자동화기기로 가서 간단히 조작하면 세금이나 보험료를 환급해 주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렇게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다 보니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식자층까지도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범법자들이 중국이나 대만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고, 피해자와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 않기 때문에 근절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얼마 전만 해도 조선족 특유의 어색한 말투로 보이스 피싱임을 쉽게 알 수 있었으나 요즘은 세련된 서울말을 구사하고 있으며, 거짓실명을 밝혀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무작위로 전화를 걸던 방법에서 탈피해 피해자의 지인을 가장하는 등 수법도 지능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원통지서 등을 팩스로 미리 발송해 믿게 한 후 사기전화를 걸기도 하고, 정부에서 서민을 위한 각종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며 사칭하는 신종수법까지 동원되고 있어 어느 누구도 보이스피싱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부나 금융기관 등에서도 피해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예방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개인정보 게재를 삼가고 자녀 등 가족에 대한 비상시 연락을 위해 친구나 교사 학원 및 학원 선생님 등의 연락처를 알아둔다. 둘째, 금융감독원, 법원, 경찰서 등 기관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요구할 때 절대 무시한다. 셋째, 현금자동지급기를 이용한 환급에 대한 안내에는 일체 응하지 않는다. 어떠한 기관도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환불해 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발신자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국제전화 식별번호표시(001, 008, 009 등)및 국제알림 문자서비스 시행으로 국제전화임을 미리 알 수 있다. 넷째, 카드사용이나 계좌 이체 시 휴대폰에서 곧바로 알 수 있도록 문자서비스(SMS)를 이용 한다. 부득이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면 전 금융사가 정보를 공유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 할 수 있다. 만일 속아서 전화 사기범들 계좌에 자금을 이체했을 경우에도 거래 은행 직원에게 신속히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경찰관서에 신고해 피해를 줄여야한다. 자신의 재산과 정보는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을 명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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