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수 순천 하늘씨앗교회 목사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지만, 나처럼 70줄을 바라보는 노인(路人)에게 있어서는 마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젊었을 때는 마냥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살게 마련이나, 세월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공평하게 사람을 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긴, 불로초로 영원을 누리고 싶어 했던 진시 황제도 끝내는 49세의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일말(一抹)의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권력이 강한들, 아무리 몸이 건강한들 흘러가는 세월은 막지 못하는 법이다. 내가 생각할 때, 사람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돼 있어야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정말 죽음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관이 설정 돼 있다면 삶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다.

또한 죽음은 욕망을 적당하게 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천박한 자본주의에 목을 매는 것도 다 욕망이 부추기는 현상과 다름이 없다. 좀 더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희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까지가 잘 사는 것인지 그 기준이 참으로 애매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예를 들면 좀 쉽지 않을까.

이 지구상에 100명의 인구가 살아간다고 치자. 그 중에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 7번째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피부에 와 닿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조차도 누리지 못하면서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다가 인생을 허비하고 만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하며 산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누구나 할 것 없이 두 가지 감대(感帶)를 잘 유지하면서 살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절대자와 영감대(靈感帶)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신의 존재를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신의 존재성은 내 개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흔히 말하기를 많이 배운 자는 불가지론에 빠지고, 보통 사람들은 종교에 빠지지만 성자(聖者)는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데, 성자들이야 말로 영감대를 형성했다는 뜻이다. 영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순간 종교적인 교리나 종파를 초월하게 되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본질이 아니라 그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감대를 형성하며 사는 사람들은 현실을 좀 더 가치 있고 보람되게 살려고 스스로 노력을 하게 된다. 둘째는 동료들과 공감대(共感帶)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하나같이 돈(金)감대로 모든 관계가 이루어지다 보니 삶이 그렇게 메마르게 된 것이다.

돈은 나눔의 기능보다 자신의 존재와 부(富)를 과시하는 축적 수단으로 전락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마음과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만약 재물에 따뜻한 피를 돌게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서로 공감하면서 살기는 정말 힘든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그처럼 외롭고 소외된 사람이 많은지 모른다. 진정한 공감은 레토릭(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신세리티(감성)에 있는 법이다.

인생을 이 나이쯤 살아보니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오죽하면 우리 몸통을 공명통(共鳴筒)이라고 부르겠는가.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몸은 하나의 악기와 같아서 현실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낸다. 아프면 비명소리가 나오게 돼 있고, 기쁘면 즐거운 웃음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

이 글을 정리하다가 문득 창밖을 보니 가을이라는 생각이 절로 느껴진다. 여름내 그렇게 푸르렀던 나뭇잎도 조만간에 모두 떨어지게 될 것이며, 곡식과 과일들은 또 추수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사실만 깊이 생각해도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것인지 스스로 해답을 얻지 않을까 싶다. 하여 벌써, 가을이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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