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봉기기자

요즘 광양시는 안팎으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에는 동호안에 있는 지정폐기물 처리장이 붕괴되면서 책임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분명히 인재(人災)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이는 데도, 광양시는 아직도 뚜렷한 입장을 표출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제철소라고하는 거대한 기간산업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겠지만, 사건의 진상을 해결하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광양시로서도 난처한 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광양시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광양 제철소의 공을 과소평가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광양시가 특정 기관업체의 눈치를 보면서 끌러 다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이번 동호안 폐기장 붕괴 사건은 철저히 조사를 해서 두 번 다시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또 3개 도시 통합 문제가 수면위로 불거져 나와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광양시는 분명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광양 시장은 순천과 여수 시장을 만나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물론,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시민들의 전체 의사 없이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추호도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 통합을 하자는 것은 두 개 시가 도시 규모의 힘을 이용해 광양을 흡수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그런 흡수 통합은 광양시로서도 쉽게 용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겠는가. 사실, 행정구역과 지리적인 통합만 한다고 해서 온전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정서적인 통합이 이루어져야 마땅한 데, 현재 광양은 구 읍내와도 제대로 통합이 되지 않는 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무리하게 통합을 한다는 것은 지역적인 갈등만 더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솔직히 몇 년 전 3개 도시 시장들끼리 통합을 하자고 합의를 했다가 없던 일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통합을 하면 마치 정부에서 엄청난 인세티브를 주는 것처럼 과대 포장을 하는데, 그런 선심성 행정은 ‘창끝에 발린 꿀’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그리고 성남과 하남시를 마치 도시 통합의 성공 모델인 것처럼 들먹이는데, 현재 광양시의 여건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아니, 이제 시작한 두 도시간의 통합을 성공 했다고 떠들기에는 너무 속보이는 짓이다.

만약 통합이 대세라면, 순천 여수 광양이 아닌 제 3의 길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세 개 도시만을 통합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통합을 서두르고 있는 순천은 여론 조사 결과, 대부분의 광양시민들이 기존 통합 모델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실로 무책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란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접근 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질 수 있는 데 말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지역 발전을 거론하고 거시적인 패러다임을 주창(主唱)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이익’이라는 두 낱말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거시적’이니 ‘상생 발전’ 이니 하는 등 화려한 수식어의 이면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 또한 필요하다 하겠다. 여러 소리 할 거 없다. 어설픈 통합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양은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 3의 길도 충분히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때로는 지름길보다 빙둘러 가는 게 안전하면서도 더 빠를 때가 있는 법이다.

홍봉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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