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동열 서양화가

아마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밤새워 만화를 본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땅히 갈 데가 없는 사춘기 아이들은 만화와 함께 꿈을 키우기도 했었다. 이상무 만화의 주인공 독고탁은 물론, 이름도 알 수없는 해적판 무협지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다. 누구나 좋아하면서도 싫어한 척 했던 이율배반 속에서 만화는 제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다. 하지만 1980년 중반 들어서면서 만화의 위상은 급격히 부상하게 되었고, 요즘에 이르러서는 예술의 한 장르로까지 대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만화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1909년 이도영 화백이 대한매일 신문에 그린 ‘삽화’를 그 효시로 볼 수 있다. 그 후 우리 만화는 일제 만행에 대한 풍자와 저항 그리고 계몽을 위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며 제 몫을 톡톡히 해 냈다. 특히 광복과 6.25전쟁을 거친 후 만화는 사람들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되었으며 경제 개발 시기에는 비로소 구체적인 장르구분이 생기고 다양한 만화 매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미래성장 동력의 하나로 상업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한국만화 시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생산해 내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만화의 르네상스를 실현하고 있다. 개성 있고 이름이 있는 작가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고급 문학을 지향하고 있는 중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현세의 외인구단과 허영만의 식객은 만화의 위상을 자리 잡게 하는데 제 몫을 톡톡히 감당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강풀 역시 과거와 현대라는 절묘한 스토리로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제 만화는 국립현대 미술관까지 진출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만화도 어엿한 독립된 예술의 한 장르로서 당당한 대우를 받게 됐다. 그렇다면 이처럼 만화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회화가 평면적이라면 만화는 입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빠져들게 되고 또 재미를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만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산업혁명 이후 인쇄기의 발명과 더불어 만화가 ‘대량복제’ 되면서 대중문화 상품으로 뿌리를 내리게 됐다는 점이다. 1500년 전에 그려진 고려의 ‘무용총’역시 ‘고대만화’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대량 복제되어 대중의 사랑까지는 받지 못했다. 특히 보수화단의 입장에서야 우리 만화가 한국회화의 곁가지로 공생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속내를 따지고 들면 만화나 순수회화의 차이는 사실 종잇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우선 두 가지 장르 모두 그림이라는 메타포를 동원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창조하는 ‘문화 예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근대이후 한국회화와 만화는 상호간에 예사롭지 않은 흡착력을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이제 만화는 미래 부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래서 경기도 부천은 시 차원에서 만화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국 만화영상진흥원이 탄생했다는 것도 아주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천은 1998년 개관한 부천 만화 정보센터를 시작으로 2001년 한국만화 박물관이 개관한데 이어 현재는 온라인 만화 규장각, 부천 만화 산업 종합지원 센터가 들어서 운영되고 있다. 참으로 부러워할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광양시도 만화산업을 위해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특별히 내세울 문화적 가치가 부족한 실정에서는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만화, 더이상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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