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덕 순천대 교수

강아지는 일반적으로 꼬리의 상태로 느낌이나 감정을 표시한다고 한다. 너무 기쁠 때는 꼬리를 강하게 흔들며 몸 전체를 흔든다. 화가 났을 때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이빨을 드러낸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시할 때는 꼬리를 살살 흔들며 상대방의 손이나 얼굴을 핥는다. 슬플 때는 꼬리를 낮게 내리고 항복할 때는 드러눕는다. 이처럼 꼬리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표현을 꼬리의 위치와 흔들림으로 나타낸다.

강아지가 꼬리를 아무리 지나치게 흔들어도 몸통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꼬리를 흔들지 몸통을 흔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꼬리를 지나치게 흔들어 개의 몸통이 흔들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는 말은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지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것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 중대한 일에 영향을 미쳐 왜곡 현상이 증폭되는 것을 의미한다.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드는 현상인 ‘왝 도 독’ 이란 영화가 있다. 여기에서는 정치적 속어로 사용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에 휘말린다. 현직 대통령은 미디어 전문가들을 고용해 가상의 전쟁을 일으킨다. 가상의 전쟁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한다는 내용이 주요 줄거리이다. 즉, 작지만 사소한 일을 은폐하기 위해 사람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친 경우로 사소한 일이 중대한 일에 영향을 미친 경우이다.

‘왝 도 독’ 이란 원래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된다. 주식시장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선물시장이다. 선물거래는 현물시장에서 주가가 앞으로 오를 것이다 혹은 내릴 것이라는 예상에 의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몸통이고 이를 지원하는 선물시장이 꼬리인 셈이다. 그러나 선물시장 규모가 커지고 순간적인 매수·매도 물량이 집중되어 선물시장(꼬리)이 주식시장(몸통)을 선도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물시장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몸통인 현물시장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혹은 주식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주체와 객체가 전도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내년 초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재정 독립을 통한 ‘항만공사’ 시대의 돛을 올린다. 그 동안 항만공사 전환에 최대 장애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은 1조 600억원에 이르는 부채였다.

최근 정부의 용역 결과에 의하면, 정부대행으로 컨테이너 부두를 개발하면서 발생한 부채 중, 정부가 4900억원, 새로 출범할 항만공사가 5200억원을 부담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항만공사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명칭 사용문제가 새로운 갈등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사소한(?) 명칭 문제가 항만공사 출범이라는 몸통을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주객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광양만권 지자체 간에는 수많은 문제와 이슈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이러한 지자체 간에 존재하는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이 광양만권 협력이라는 거대한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생의 경제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협력을 통해 광양만권 지자체 간에 존재하는 갈등과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해 봄은 어떨까?

데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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