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승에게 말을 건다”

“장승만 그리냐고요? 아니요. 아주 서정적인 그림도 그려요”
장승화가로 소문이 난 그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깨 꽃처럼 수줍게 웃었다. 공부하고 공부 가르치고 작품 활동하는 시간까지 짜 맞추다 보면 낮엔 토막 시간도 없다는 그, 이희경씨를 만난 시간은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시화를 그리다가 그림으로 변신
그는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시를 짓고 글을 쓰고 그런 시간들이 많았어요. 멋진 책하나 내 이름 걸고 내놓고 싶은 게 꿈이었죠”
그는 누구나 꿈꾸는 문학소녀였다며 수줍게 웃는다.

“소녀시절부터 문학과 음악에 심취했었어요. 늘 글이 제 가까이에 있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네요. 시를 쓰고 나니 글만 달랑 있는 것 보다 시 옆에 그럴듯한 시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림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완전히 문학소녀의 꿈이 그림쟁이 쪽으로 바뀌어 버렸어요. 언젠가부터 나를 여류화가 그렇게 불러주더군요. 사실 나는 아직 화가라는 말이 익숙치 않고 꿈꾸듯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결국 화가의 길로 먼저 입문해 지금은 중견 작가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는 아직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접지 못해 쉼 없이 습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제가 떨어진 꽃잎을 쓸어다 말리는 재미에 살아요. 그리고 모든 사물과 자연에 이름을 붙여주는데 그것도 느낌표가 있는 이름들을 붙여 의미를 부여해주면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러다 보면 꽃과 나무는 물론 장승하고 말을 걸고 그 말은 곧 시가 됩니다”
그의 말대로 아틀리에에 있는 장승도 말린 꽃잎도 모두 웃고 말하고 숨을 쉬는 듯 하다. 그래서 장승에게도 말을 건네는 사람이란 칭호가 그에게 붙었나 보다.

네 번째 개인전은 나.無.처럼 展
광양 태인동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최근 서울 예가족 갤러리에서 “나.無.처럼 展”으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대부분 화가들이 전시회를 열면서 장승을 소재로 한 그림을 선보인 것은 극히 드문 편인데 장승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장승처럼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온 친숙한 조형물이 또 있을까요! 고향에 이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장승은 스스로의 고단한 몸을 달래며 오래된 친구처럼 일상에 지친 우리의 몸을 다독여 줍니다. 장승은 분명 생김새뿐 아니라 삶까지도 사람과 닮았어요. 또 장승을 자세히 보면 아주 익살스럽기도 하고 마치 장난끼 많은 개구쟁이 같기도 해요. 그런 장승 옆에 푸른 숲을 그리면 금방이라도 살아 숨쉴 것 같아 장승하고 친하게 됐어요. 또 우리 민족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고 우리의 민간 신앙이 되었던 장승에 회화의 옷을 입혀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제가 장승 화가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가 보여주는 장승 앞에 서니 정말 숲에 온 기분이며 장승의 웃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처음부터 그는 장승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꽃을 비롯해 자연의 사계를 잔잔한 감동으로 화폭에 담았어요. 자연과 들꽃들을 그리면 노래가 있고 새가 울고 꽃이 피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사물을 깊이 있게 본다는 그의 이야기는 모두가 노래였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다양한 수상 경력
대한민국 조경예술엑스포, 서울 뉴아트 페어(서울무역전시장) 초대전, 독일괴테문화원초대 국제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전남도 미술대전 특선, 입선 10여회, 무등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특선, 입선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은 이희경씨의 입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는 현재 전남 미술대전 추천작가, 아동미술 지도자, 미술치료사, 광양현대미술작가위원, 대한민국 창작미술협회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경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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